▲ 현대중공업에서 지난 20일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로 ‘죽음의 공장’이란 오명까지 썼던 현대중공업에서 올해 첫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엔 사망사고 단골 희생양인 하청업체 직원이 아니라, 정규직 직원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더욱 철저한 안전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주말이었던 지난 20일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사업부 소속의 조모(31) 씨가 현장점검 중 철제 구조물에 깔려 현장에서 사망했다. 조씨를 덮친 것은 해양 플랜트 모듈을 들 때 사용하는 리프팅 프레임으로, 무게가 약 4톤에 이른다.

숨진 조씨는 사내하청업체를 관리하는 정규직 직원이었다. 2013년부터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지난해 8월 정규직 직원으로 입사했다. 정규직 직원이 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 노조가 위험 지적한 곳에서 결국 사고 터져

이번 사고로 현대중공업의 안전불감증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7건의 사망사고로 8명이 사망해 시민단체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그해 현장에서 숨진 직원만 11명에 달한 바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안전강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노조에 작업중지권을 부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안전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해에도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올해도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사망자를 낳고 말았다.

▲ 사고 발생 현장.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이번 사고에서 주목할 점은 사망자가 정규직 직원이라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물론 대부분의 산업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로 희생당하는 이들은 보통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이를 두고 ‘위험의 외주화’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원청인 대기업이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을 외주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정규직 직원조차 기본적인 유형의 산재사고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은 현장의 안전관리가 얼마나 안일하게 이뤄졌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가 이미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달 초, 숨진 조씨가 속했던 해양사업부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한 뒤 김숙현 해양사업본부 대표(부사장)와 실무자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당국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결과 및 시정조치가 채 내려지기도 전에 결국 사망사고라는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22일 김숙현 부사장과 권오갑 사장을 고용노동부에 추가로 고발조치 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사고와 관련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이달 초 해양사업본부에 대해 고발조치까지 했지만,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작업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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