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 SM6와 한국지엠 임팔라.
한국지엠의 임팔라와 르노삼성의 SM6. 두 모델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우선 둘 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차다. 또한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 국내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으며, 이것이 초반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긍정적인 시장 반응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같다.

◇ 한국지엠, 임팔라 향한 좋은 반응에도 ‘표정관리’

먼저 임팔라다. 임팔라는 최근 한국지엠 노사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문제는 간단하다. 임팔라는 현재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국내생산 여부를 놓고 노사 간 입장 차가 크다.

노조는 “사측이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연간 1만대 이상은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는다”며 국내생산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사측은 애초에 그런 목표량조차 설정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말을 바꿔 ‘연간 3만대 판매’를 국내생산의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주장하며 임원들이 타는 임팔라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임팔라의 다소 ‘애매한’ 판매량이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된 임팔라는 지난 1월까지 월간판매량으로 1,634대, 1,499대, 839대, 2,699대, 1,551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은 수급 문제로 다소간 변동 폭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간판매량은 1,500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만8,000대~2만대가량이 된다.

하지만 임팔라를 이것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일단 임팔라의 판매 추이엔 해외공급이 특성이 크게 반영됐다. 수요보단 수급이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팔라가 출시 이후 줄곧 긴 대기 줄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판매량을 더 높게 잡을 수도 있다. 다만, ‘신차 효과’라는 요인도 분명히 감안해야 한다. 즉, 지금의 판매량이 임팔라의 진짜 모습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사측과 노조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먼저 한국지엠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섣불리 국내생산을 결정했다가 판매량이 떨어지면 난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는 임팔라 국내생산이 한국지엠 내수점유율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조는 임팔라 국내생산 문제가 한국지엠의 존속 여부와도 연결된다는 생각이다.

▲ SM6와 SM7 및 SM5.
◇ SM6는 날아오르는데… SM7-SM5는?

SM6를 향한 르노삼성의 고민은 결이 조금 다르다.

일단 SM6는 애초부터 국내생산 방식을 채택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일이 없다. 판매량을 놓고 국내생산 여부를 고심할 필요 없이, 그저 열심히 팔기만하면 되는 상황이다.

SM6를 향한 시장의 반응도 좋다. SM6는 이미 유럽에서 ‘탈리스만’이란 이름으로 호평을 받았으며, 국내 출시를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이러한 기대는 곧 성과로 이어지는 중이다. SM6는 지난 주말까지 6,000대가 넘는 사전계약을 기록했고, 최종적으로는 1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문제는 SM6가 아니다. 르노삼성의 다른 차종이다. SM6에 시선이 집중된 사이 SM7, SM5, SM3 등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SM7과 SM5, SM3의 1월 판매량은 각각 361대, 529대, 454대를 기록했다. 앞선 2015년 12월(2,134대, 2,553대, 2,001대)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산산조각 난 수준이다. 물론 여기엔 시기적인 요인과 더불어 개소세 혜택 종료가 큰 영향을 미쳤기에 절대적 비교가 불가하다.

하지만 지난해 1월과 비교해도 차이가 뚜렷하다. 지난해 1월 판매량은 각각 403대, 2,202대, 1,008대였다.

업계관계자는 “아무래도 딜러들부터 SM6 판매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SM6의 사전계약이 시작된 2월과 본격적으로 출시할 3월 이후에도 이러한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SM6를 향한 우려 중 하나가 바로 ‘포지션 중복’이었다. SM7과 SM5 사이에 위치한 SM6가 오히려 다른 두 모델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를 노리고 들어온 현대자동차 아슬란에게도 똑같이 제기됐던 우려였고, 결과적으로 아슬란은 조용히 잊혀졌다.

반면 SM6는 ‘너무 잘 나가는’ 탓에 자칫 SM7과 SM5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SM5와 SM6의 가격은 각각 2,200~2,800만원대와 2,300~3,200만원대로 형성돼있어 상당부분 겹친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1월 판매량의 경우 개소세 혜택 종료 영향이 컸고, SM6의 영향도 없지 않아 있었다”며 “다만, SM6 물량 확보에 집중하다보니 SM5와 SM7의 인계가 다소 늦어진 점도 판매량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들이 매장에서 SM5와 SM6, SM7을 모두 비교하고, 본인에게 맞는 차를 선택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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