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김종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장선(왼쪽) 총선기획단장이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 오른쪽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출처=뉴시스>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유산인 ‘시스템공천’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위기에 놓인 모양새다. 최근 당 지도부의 ‘컷오프’ 행보가 시스템공천의 취지인 ‘예측가능성’을 넘어 밀실공천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이 밝힌 ‘3선 이상 50% 및 재선 이하 30% 하위 대상’ 추가 물갈이 발언의 여파가 대표적이다.

25일 오후 정 단장은 국회 더민주 대변인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의 ‘서구을·북구갑’ 지역구 두 곳을 전략공천 지역구로 당 전략공천위원회에 요청했음을 전했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두 지역구에 없다는 것이 정 단장의 설명이다.

정 단장이 밝힌 두 곳 중 서구을은 국민의당 깃발이 꽂힌 곳인 반면, 북구갑은 당 소속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다 . 정 단장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강 의원 측의 반발은 물론, 지도부의 밀어붙이기식 행보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다.

강 의원 측은 즉각 반발했다. 같은 날 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탈·분당의 광풍 속에서도 더민주를 외로이 지켰다”며 “더민주는 ‘시스템공천’으로만 총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고 정 단장의 기자회견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강 의원이 언급한 시스템공천은 문 전 대표 체제 당시 당 혁신위를 통해 구축된 공천 프로그램이다. 사람으로 진행되는 공천이 아닌, 시스템으로 공천이 이뤄지는 것이 시스템공천의 골자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문재인 흔들기’가 한창이던 시절에도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혁신안의 핵심내용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가 언급한 ‘3선 이상 50% 및 재선 이하 30% 하위 대상’ 컷오프 평가가 시스템공천의 가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 단장에 따르면, 2차 ‘정밀심사’는 여론조사 후 공관위원들의 가부투표로 컷오프 여부가 결정된다. 소수인사로 공천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시스템공천을 도입했건만, 도로 ‘밀실공천’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민주 한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소수가 공관위에 들어와 가부투표로 컷오프를 결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밀실공천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서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이번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들은 공천권을 행사하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이후 당을 수습하는 관계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표 당시 진행했던 지역구·비례대표 공천이원화가 김종인 체제 이후 일원화된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역구·비례대표 공천이원화는 시스템공천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공관위 측은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지역구·비례대표 일원화의 취지를 밝혔으나, 김종인 체제의 지도부가 지역구·비례대표 두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구설은 수그러들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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