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을 맡게 된 김종호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삼성중공업이 ‘삼성전자 DNA’를 이식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기술센터(GTC)를 이끌던 김종호 사장을 전격 영입한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 전문가’의 조선업계 진출이라는 ‘이색 인사’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 전자에서 온 그대

삼성중공업은 지난 1일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장을 맡고 있던 김종호 사장을 생산부문장에 선임했다.

말 그대로 깜짝, 이색 인사다. 김종호 사장이 걸어온 길은 ‘조선’ 혹은 ‘해양플랜트’와 거리가 멀다.

충남 홍성이 고향인 김종호 사장은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줄곧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몸담으며 휴대폰 및 스마트폰 제조 전문가로 입지를 다져왔다. 삼성이 ‘스마트폰 세계 1등’ 자리에 오르는데 상당한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한 그다.

삼성이 주목한 것은 전자나 조선 같은 사업 분야가 아닌, ‘제조’라는 공통점이다. 제조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강점을 지닌 김종호 사장의 능력을 위기에 빠진 삼성중공업에 이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4년부터 국내 조선업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적자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2014년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대폭 줄어들더니 결국 지난해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이다.

이러한 대규모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해양플랜트에서의 손실이었다. 이는 삼성중공업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해양플랜트는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 받았으나, 이내 여러 난관과 착오가 겹치면서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공정 과정에서 비용이 급증하거나 기간을 맞추지 못하는 등 사실상 엉망진창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종호 사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삼성중공업의 ‘생산 공정’을 매만지는 것이다. 생산부문장이란 자리 자체가 이번에 그를 위해 새롭게 만든 자리다. 그를 향한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종호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제조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능력을 발휘해왔다. 휴대전화 셀 생산 방식을 도입해 생산성을 2배로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중공업은 최근의 위기를 겪으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강도 높은 노력을 기울이는 등 체질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해양플랜트 수주 건이 남아있는 상태이며,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정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이끄는데 김종호 사장이 가장 제격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자와 조선·해양플랜트가 엄연히 전혀 다른 분야라는 점이다. 제조업이라는 큰 카테고리는 같지만, 공정의 과정이나 규모가 완전히 다르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제조 부문에 강점을 지닌 김종호 사장이 생산 부문을 총괄하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인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DNA를 품은 삼성중공업의 묘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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