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유승민 의원이다. 이재오 의원의 서울 은평을 등 5개 단수추천 지역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에서 이견이 있지만, 해당 지역구는 적어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은 공천과 관련해 어떠한 판단이나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지도부와 공관위가 ‘폭탄돌리기’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 ‘뜨거운 감자’ 유승민, 새누리당 전전긍긍
일단 새누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의원의 공천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선을 붙이거나 공천을 주려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친박계 홍문종 의원도 “내부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 있는 것 같다”고 부정하지 않았다. 종합하면, 낙천시키는 방향으로 결정을 해놓고도 정작 발표는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유는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 유 의원에게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함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 의원의 입장에서 당이 공천배제를 단행할 경우, 불합리한 공천을 이유로 탈당 후 출마를 하면 된다. 권력의 폭압에 의한 ‘피해자’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도 선거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더구나 대구 동구을 선거에서 새누리당 ‘진박’ 후보 대 무소속 유 의원의 대결구도도 부담스럽다. 무소속으로 유 의원이 나선다고 해도 진박 후보를 상대로 경쟁력이 결코 밀리지 않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유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생환할 경우 그 후폭풍은 가볍지 않다. ‘잘못된 공천’이라는 점을 대구의 민심이 ‘투표’로 확인해 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무공천 방안’까지 거론됐던 이유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친박계는 유 의원의 자진탈당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홍문종 의원은 “(컷오프를 하지 않는 것은) 유 의원에 대한 예우”라며 명분까지 직접 마련, 탈당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이 유 의원의 공천문제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박계 의원들 뿐만 아니라 친박계 의원들까지 공감하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 <미디어오늘>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 의원의 공천배제에 대해 ‘지나친 정치보복’이라는 의견이 62.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주목되는 것은 새누리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39.5%가 ‘지나친 정치보복’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의 31.8%는 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지지철회 의사가 있다’고까지 응답했다.
한편 유 의원의 공천문제를 둘러싼 ‘폭탄돌리기’는 곧 끝을 맺을 예정이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이날 오후 최종결정을 내리고 심야 최고위 의결절차를 밟아 23일 전에는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유 의원 역시 법률상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23일까지는 반드시 무소속 출마나 당 잔류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우려되는 것은 공당의 공천이 개혁되지 못하고 권력에 좌우됐다는 뒷맛을 남기면서. 갈등의 불씨가 가까이는 20대 국회 멀리는 21대 국회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정두언 의원은 “특정인과 특정세력을 향해 진행해온 공천학살에 책임있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관위 인사들은 총선 패배시 1차적인 책임을 짐과 동시에 역사에는 비루한 간신들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기본가치이자 새누리당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2008년과 2012년 부당한 공천이 벌어졌을 때, 남의 일로 침묵했던 탓에 이제는 저도 부당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며 “남의 일이라고 침묵하면 그 화는 4년 후에도, 8년 후에도 계속해서 반복돼 나라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 조사내용 : 유승민 의원 공천배제 관련 여론조사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