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3사의 선박 수주가 꽁꽁 얼어 붙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적자 폭탄에 이어 올해는 수주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1분기가 일주일 남은 현재,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3사가 기록한 수주는 단 2척이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터키에서 유조선 2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아직 마수걸이조차 하지 못한 상태이며, 이대로 1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수주는 끊기고 악재는 끊임없고


물론 당장 일감이 바닥난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업계 수주잔량 1·2위를 지키고 있다. 아직까진 그동안 따낸 수주로 2년여치의 일감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래는 암울하다. 그야말로 심각한 수주 가뭄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빈 도크가 나오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해운업계 불황 속에 조선업계 역시 완전히 얼어붙어 있다. 수출 비중이 압도적인 국내 조선3사에겐 더 큰 타격이다.

특히 수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조건의 수주를 따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무리한 수주로 혼쭐이 났던 국내 조선3사로선 부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전해진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담화문엔 이러한 위기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중공업의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창사 44주년 담화문을 통해 “수주잔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일감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물량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해양과 플랜트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아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조선3사의 ‘악재’가 수주 가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받은 세무조사로 인해 1,2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당했다. 현재 이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잇단 사망사고로 빈축을 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과 지난달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일부 작업장 작업 중지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바로 며칠 뒤 또 다시 하청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노조탄압과 관련된 폭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발주사 악재에 부딪혔다. 4척의 반잠수식 시추선 발주한 송가오프쇼어와 소송전에 돌입한 것이다. 송가오프쇼어는 추가비용 정산을 요구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오히려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겪은 발주사와의 갈등과 비슷한 양상이다. 소송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갈 길이 바쁜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속이 더 탈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자존심을 구겼다. 최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은 세계 4위로 떨어졌다. 일본 아마바리 조선에 3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격차 또한 상당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과 이란 경제재제 해제 등에 기대를 걸어봐야겠지만, 그마저도 반전을 가져오기엔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산업 및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절은 봄이 찾아왔지만, 조선업계의 추운 겨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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