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언론이 실시한 20대 총선 서울과 수도권 격전지 여론조사. 더민주 현역의원들의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들의 강세흐름이 읽혀진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 발표결과, 야권에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253석 중 122석이 걸려있는 수도권 판세가 야권에 불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 당내 공천갈등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국회선진화법 무력화선인 180석을 넘어, 단독개헌선인 200석까지 새누리당이 넘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서울 등 야당의원의 지역구가 새누리당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인한다.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야당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의 후보가 1위를 하는 상황이 자주 등장했다. ‘바람몰이’가 중요한 수도권 선거에서 현재의 여당 강세가 계속 될 경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했던 18대 총선 결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예상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 야권강세지역에서도 새누리당 우위, ‘180석 넘어 단독 개헌선 보인다’

먼저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에서는 현역인 정세균 의원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상대로 오차범위 밖에서 열세를 보였다. 야당세가 강한 서울 성북을에서도 새누리당 김효재 후보가 더민주 기동민 후보에 8.5%포인트 앞섰다. 486계로 통하는 우상호 의원(서대문갑)도 맞수인 새누리당 이성현 후보에 지지율에서 다소 밀리는 상황이다. 더민주가 모두 장악했던 영등포갑과 영등포을 역시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와 권영세 후보의 지지율이 현역의원을 넘어서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현역의원의 지역구를 위협하는 야당 후보가 있는 지역은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새누리당 공천에 반발해 더민주로 이적한 용산의 진영 의원이 거의 유일했다.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더민주의 영입인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 남양주갑에 출마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와 격차가 꽤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여당 저격수로 문재인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이 다소 무색한 상황이다. 특히 남양주갑은 더민주 최재성 의원이 3선을 했던 야권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적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보이는 새누리당 강세흐름이 충청 등 중원으로 번질 경우, 야권이 괴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청은 19대 총선에서 여야가 각각 12석과 10석을 가져간 팽팽한 지역이다. 조그마한 균열에도 여야의 균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야권의 분열이 서울과 수도권에 이어 충청까지 휩쓸 경우,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넘볼 수 있다는 관측도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방책으로 ‘야권연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분열돼 있는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 후보와 비슷하거나 넘는다는 판단에서다. 정의당 역시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승리를 제시하고 있다.

▲ 여야가 31일부터 시작되는 공식선거운동을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새누리당은 '뛰는 국회'를 내세웠고, 더민주는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민편', '서민편'과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 ‘감동’ 없는 야권연대는 마이너스, ‘무상급식’과 같은 아젠다 제시 필요

그러나 야권연대를 한다고 흐름을 뒤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시각도 적지 않다. ‘선거연대’라는 프레임은 이미 실패한 공식이라는 것. 무엇보다 ‘연대’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의 ‘감동’이 중요한데, 현재 이 같은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만한 분위기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당 차원의 통합이나 연대논의 없이 지역구 후보별로 단일화 가능성만 열어놓고 있어, 선거공학적 연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선거과정에서 난타전을 벌이면서, 후보 간 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야권'이라는 울타리에 같이 있지만, 지지층이 서로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안철수 대표도 29일 관훈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지지층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구식의 선거연대 프레임에 갇히기 보다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0년 지방선거를 강타했던 ‘학교무상급식’과 같이 의제를 띄워 지지를 호소해야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물론 더민주는 정부여당의 경제실패를 심판하고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선명한 ‘공약’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민주의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야권연대라는 의제에서 벗어나 중앙당 차원에서 새누리당과 차별화되는 선명하고 실현가능한 공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각 지역에서 후보자들이 지역을 고려한 공약을 내고 있지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야권의 색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면 선거연대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단순 선거연대만 계속 끌다가는 오히려 선거가 어렵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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