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 울산사업장 내에 위치한 SB리모티브 전기차 배터리 양산라인 건물 전경.<제공=삼성SDI>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SDI가 수소전지로 대표되는 연료전지 사업에서의 철수를 검토 중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2차전지인 리튬이온 전지에 역점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연료전지와 관련한 연구결과나 장비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기차 시장의 현황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로, 오래전부터 대체 에너지자원으로 각광받아왔다. 이는 특히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에서 2차전지와 함께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2차전지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던 삼성SDI도 그간 연료전지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관련 연구를 지속해오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사업의 확장을 시도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세종시 투자발표 건으로, 당시 삼성SDI는 대용량 전력저장용 전지 및 연료전지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SDI의 연료전지 사업은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료전지가 친환경 미래에너지로 전기차의 동력원이란 평가를 받지만, 삼성SDI는 아직 시장형성이 안됐다는 판단에 R&D까지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SDI가 에너지 사업 관련해 다방면으로 눈을 돌릴 동안 2차전지 시장의 경쟁이 심화된 것도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재작년 삼성SDI의 소형 2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20.5%로 지난 2010년 이후 줄곳 1위를 기록했지만, ATL, LIishen 등 중국업체들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는 중이다.

또 전기차 등에 공급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의 점유율은 재작년 기준 7.3%로 6위에 위치했다. 눈에 띄는 점은 LG화학이 17.6%로 2위를 기록했다.

2차전지를 둘러싼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역량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전기차와 관련해 수소연료전지보다 중대형 2차전지가 당장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삼성SDI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들이 수소전지보다 2차전지 위주로 개발하고 있다”며 “2차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휴대폰 등에도 들어가는 만큼 그쪽으로 집중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2차전지만으론 친환경 미래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삼성SDI가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끈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이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며 “설비매각부터 특허권 매각까지 다각도로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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