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차업계가 1분기 내수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내수시장에서 활기찬 1분기를 보냈다. 신차 공세와 마케팅 강화 속에 전반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며 수입차업계의 기세를 모처럼 꺾은 것이다. 하지만 실제 각 업체별 속사정과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굳어있던 국내 자동차업계에 조금씩 균열이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 국산차 “공격 앞으로!”, 수입차는 ‘주춤’

2016년 1분기 국내 자동차업계 내수실적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활기가 느껴진다.

먼저 지난해 하반기 신형 K5에 이어 올해 초 신형 K7을 선보인 기아차는 1분기 총 12만8,125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11만4,512대)에 비해 11.9%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에 비해 실적이 좋다. 16만862대를 팔아 지난해 15만5,237대보다 3.6%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1분기 내수실적은 28만8,987만대로, 이는 지난해(26만9749대)보다 1만9,283대 늘어난 것이다.

한국지엠과 쌍용차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한국지엠은 3만7,564대를 팔아 3만4,235대의 지난해보다 9.7% 성장했고, 쌍용차는 2만2,622대로 지난해(2만1,107대)보다 7.2% 늘었다.

다만, 르노삼성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주춤했다. 1만6,599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지난해 1만6,947대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1분기 내수실적이 감소한 것은 르노삼성이 유일하다.

국내 수입차 시장도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꾸준했던 상승세가 돌연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은 5만5,999대로 지난해보다 5% 감소했다. 수입차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8년 만의 일이다. 8년 내내 내리막길을 걷던 국산차 내수점유율도 모처럼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1분기 엇갈린 행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된다.

먼저 국산차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제네시스 EQ900, K7, SM6 등 굵직한 신차를 꺼내들었고, 마케팅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전개했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지난해부터 폭스바겐·아우디의 배출가스 조작파문과 BMW와 벤츠의 화재 및 결함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특히 개소세 지난해 말 종료됐다가 다시 연장된 개소세 인하와 관련해 국산차보다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수입차시장이 1분기엔 다소 주춤했던 이유다.

▲ 최근 몇 년 새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 웃을 수 없는 현대·기아차, 기세 올리는 ‘동생들’

주목할 점은 내수시장에서 활기찬 1분기를 보낸 국산차 업계의 ‘이면’이다. 겉으로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1분기를 보냈지만, 저마다의 속사정과 분위기는 다르다.

내수시장에서 만족스러운 1분기 실적을 남긴 현대·기아차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중이 훨씬 큰 해외판매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체 판매량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1분기 해외판매는 94만6,507대로, 102만8,032대였던 지난해에 비해 7.9%나 줄었다. 내수 및 해외 판매를 합친 총 판매 실적도 110만7,769대로, 지난해 118만3,269대보다 6.4% 감소세를 보였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1분기 해외판매와 총 판매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9.4%, 6.1% 줄었다. 현대·기아차 전체로 보면, 해외판매는 지난해 166만4,682대에서 152만3,471대로, 총 판매는 지난해 193만4,431대에서 181만2,858대로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반면, 수출 비중이 적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은 내수시장 효과를 더 크게 봤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출 실적을 남긴 이들 업체는 전체 판매량에선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숫자로 기록되지 않는 ‘분위기’도 이른바 ‘언더독’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 세 업체가 확실히 좋다.

지난 3월, 상용차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한국지엠의 스파크였다. 공격적인 마케팅 속에 무려 9,175대라는 놀라운 실적을 남겼다. 르노삼성의 SM6는 6,751대로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티볼리 에어를 통해 라인업을 강화한 티볼리는 1분기에만 1만1,393대를 판매하며 확실한 입지를 과시했다.

반대로 기아차의 경차 모닝은 스파크에게 일격을 당했고, 현대·기아차의 중형 세단 라인업도 SM6의 기세에 다소 밀렸다. 쏘나타가 간신히 자존심을 지켰을 뿐, 그랜저, K5, K7 등은 모두 SM6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를 비교하기엔 아직까지 전체적인 규모나 라인업의 차이가 크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압도적인 내수시장 장악력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과거 같은 점유율을 다시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관건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내수시장에서의 견고함 유지인데, 최근 보여준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과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 등은 이 같은 숙제를 풀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잘 자리 잡느냐에 따라 향후 입지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는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수입차 시장 성장세에 맞선 경쟁력 강화와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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