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김무성 대표의 사퇴에 따른 비대위는 원내대표가 맡는 것이 정석이다. 비대위는 비상대권을 갖고 다음 전당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하는 임무를 맡는다.

친박계에서는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대위는 다음 당대표 선출까지 한시적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이른바 ‘관리형 비대위’라는 것이다.

홍문종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권한을 행사하거나 당의 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수준”이라며 “당 문제를 스스로 수습하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이나 책임지지 못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더 많은 반감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비박계에서는 외부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당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게 요지다.

무엇보다 공천 등 친박계가 주도한 총선에서 패한 만큼, 비박계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도부 일원이자 ‘신박’ 인사로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위치인데,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17일 김세연, 오신환, 이학재 당선자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당의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며 “새 원내대표를 최단기간 내 선출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선에 성공한 심재철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원유철 원내대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어느 국민이 우리 당의 비대위가 처절하게 반성하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몸부림을 친다고 믿겠느냐”고 질타했다.

18일에는 비박계 인사들이 각종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의원은 “용비어천가로 수평적 당청관계를 포기하면서 관리형 지도체제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지도부 인사는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은 “권력을 위해서 입 안의 혀처럼 굴었던 사람이 그 사람인데 새누리당에 뭘 기대하겠느냐는 말이 주변에서 나온다”며 “한 번 간신은 영원한 간신”이라고 원 원내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이 말한 ‘간신’이라는 의미는 이른바 ‘유승민 사태’와 연관이 깊다. 지난해 국회법 파동 당시, 유승민 원내지도부 인사들이 물갈이 됐으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살아남아 원내대표에 추대됐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배신자’라는 뒷말이 있었으나 친박계가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비박계는 움츠렸다. 그러나 총선참패로 친박 책임론이 일면서, 눌려있던 비박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