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패배로 새누리당 내 리더십이 공백상태에 놓였다. 과거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등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위기를 타개해 왔으나, 현재는 '구원투수'로서의 미래권력도 마땅히 존재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총선 참패의 여파로 새누리당이 그라운드 제로 상태다.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났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남아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비박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친박계 인사들까지 원유철 원내대표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 리더십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청와대 역시 당의 질서를 조율하기 위한 동력을 잃었다. 친박계가 주도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내세운 전략이 총선패배로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대 총선 당선자들은 다음 선거를 위해 현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청와대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레임덕’ 등 역풍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위기의 새누리당, ‘뉴 박근혜를 찾아라’

더 큰 문제는 당을 위기에서 구해낼 ‘구원투수’ 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새누리당은 과거 2004년 차떼기 사건이나 2012년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위기 때마다 차기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똘똘뭉쳐 위기를 타개해왔다. 두 번 모두 박근혜 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다만 지금 새누리당에는 위기에서 구해낼 ‘박근혜’가 없다는 게 문제다.

실제 총선 직후 문화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에 새누리당 인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1위는 20.5%를 기록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였고, 2위는 반기문 총장(18.9%)이었다. 3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13.5%)였고, 여권인사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5.1% 지지율로 5위에 랭크됐다. 여권 내 부동의 대선주자였던 김무성 대표는 7위로 추락했다.

▲ 문화일보와 한국리서치가 16일 실시해, 18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문재인 대표가 1위로 나타났고, 김무성 대표 등 여권주자는 5위권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0%.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능>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쟁의 폐허 위에 새로운 질서가 생기듯, 당내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 혁신모임이다. 황영철 간사를 비롯해 이학재·김영우·박인숙·주광덕·하태경·오신환 의원 등 기존 친박과 비박이 한 데 모였다.

큰 목소리를 내는 대목은 원유철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사퇴다. 선거에 참패한 기존 지도부를 싹 물갈이 하고, 당선자들과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게 요지다. 앞서 18일 저녁에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원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은 ‘40대 기수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철 원내지도부 체제에서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김용남 의원도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리더십 하에 당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같은 흐름에 긍정했다.

◇ 미래 리더십 정립할 수 있을까, 차기 당권 ‘주목’

관심은 새누리당의 차기 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으로 모아진다.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및 원내대표직 사퇴는 시기의 논란이 있을 뿐 기정사실이다.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 구성과 전당대회 준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선출된 새 지도부는 위기에서 당을 구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의 안정화와 새 리더십 구축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차기 당대표직에는 최경환 의원이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기존 질서를 그대로 이어받는 점에서 반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비박계에서는 5선에 성공한 정병국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비교적 중립적으로 평가받는 이주영 의원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원유철 원내대표의 대표직 도전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원내대표에는 나경원 의원이나 김성태 의원, 김정훈 의원 등이 회자되고, 서초갑에서 당선돼 부활한 이혜훈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물론 유기준 의원이나 홍문종 의원 등 친박계에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차기 당대표 선출까지 과도기 체제를 맡은 비대위원장에는 다양한 하마평과 주장이 나오고 있어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외부인사로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거론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차기 원내대표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리더십이 와해된 새누리당이 현재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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