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전 경찰청장과 조전혁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감사위원 선임
비전문가 낙하산 줄줄이 감사 자리 영입, 방만경영 견제·감시 우려

▲ 한전 상임 감사위원으로 선임 예정인 이성한 전 경찰청장.<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한국전력(이하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잇따라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임원으로 앉히더니, 모기업 격인 한전조차도 자격없는 인사들을 줄줄이 영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은 이성한 전 경찰청장과 조전혁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들은 각각 한전 상임 감사위원과 비상임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전 경찰청장과 전직 국회의원이 회계·감사 등을 전문으로 하는 ‘감사직’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전직 경찰청장이나 전직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감사직을 맡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사’라는 업무 자체가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니만큼 해당 분야에 경험이 있거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어야만 한다.

이들은 어떨까.

우선 상임 감사위원에 임명 예정인 이성한 전 경찰청장은 △제50대 거창경찰서 서장 △경기지방경찰청 교통과 과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실 △경찰청 외사국 국장 △제22대 부산지방경찰청 청장 △제18대 경찰청 청장 등 1998년부터 2014년까지 오롯이 경찰공무에만 종사하던 인물이다. 회계·감사·경영 등에는 경험이 전무하다. 이성한 전 청장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2014년 8월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비상임 이사에서 이번에 비상임 감사위원으로 선임 예정인 조전혁 전 국회의원 역시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았던 인사로, 이번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동을에 출마했다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해 낙마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경력이 에너지·발전 분야와는 무관한데다, 회계 전문성도 없어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상임감사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투자심의나 경영이슈와 관련된 주요 사안을 비롯해, 이사회 의결 사안, 정관변경 폐지, 심지어 직원 노무와 소송에 이르기까지 공기업의 경영에 관련된 중요한 이슈를 감사하고 점검하면서 방만경영을 감시·감독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전의 경우, ‘에너지·발전분야 공기업’인 만큼 업종의 특수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천문학적 부채와 방만경영, 비리 백화점 등의 오명을 쓰고 있는 만큼 조직 내부통제의 중추인 ‘감사’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한전 발전자회사들에 이어 한전까지 비전문가를 감사로 영입하면서 에너지공기업들의 구태반복을 또다시 우려해야할 처지가 됐다.

게다가 상임 감사위원은 차관급 억대 연봉을 받고 임기가 2년 보장되는 자리다. 성과급은 기본연봉의 100%까지 받을 수 있다.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가에게 주어지는 혜택으로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전은 이에 대해 “한전에서 (이들을) 뽑는 게 아니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25조)에 따르면 상임이사는 기관장(사장)이, 상임감사는 대통령이나 기재부 장관이 임명한다.

▲ 한전이 자격없는 인사들을 줄줄이 감사로 영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한전 나주 신사옥, 뉴시스>
그렇다면 기재부는 이에 대해 뭐라고 설명할까. 

기재부 인재경영과 담당자는 2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이런 분들(감사 임명자들)에 대해 능력이 있다없다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반문하면서 “한전은 (밀양송전탑의 경우처럼) 많은 사업들이 외부 요인에 의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주변 여건을 보는 시각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이 분들을 부적격자로 보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이어 “특히 이들은 큰 조직을 운영해 본 분들이라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회계전문성 및 에너지분야 등) 특정분야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나중에 경영평가를 보고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오는 25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성한 전 청장을 상임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 영입이 한전 발전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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