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가 또 다시 임시공휴일 추진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부양’이란 긍정적인 효과가 있긴 하지만,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광복절 임시공휴일 지정에 이어 이번에도 지나친 ‘졸속 추진’이란 성토가 나오고 있다.

◇ 9개월 만에 다시 등장한 임시공휴일

정부는 오는 5월 6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목-금-토-일로 이어지는 4일 황금연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대한상공회의소의 건의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내용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했다.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이유는 내수 경기침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임시공휴일 카드를 꺼내 쏠쏠한 재미를 봤다. 토요일인 8월 15일 광복절을 대신해 8월 14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광복 70주년’이 그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경기부양이 더 큰 목적이었다.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는 5월부터 고개를 든 메르스 사태로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돼있었다. 지난해 7월 29일 정부가 메르스 비상체제 종료를 선언했지만, 여름휴가에 따른 경기활성화는 물 건너 간 상태였다. 이러한 시점에 추진한 8월 14일 임시공휴일은 꽉 막힌 경기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여 줬다.

올해 역시 본격적인 초여름 날씨가 시작된 가운데, 5월초 황금연휴는 경기부양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5월은 다른 해에 비해 쉬는 날이 적은 편이다. ‘근로자의 날’인 1일과 ‘석가탄신일’인 14일이 각각 일요일과 토요일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근로자의 날’이 금요일, ‘석가탄신일’이 월요일에 위치해 자연스레 연휴가 생긴 바 있다.

여기에 오는 5월 1일부터 14일까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봄 여행주간’ 기간이다. 황금연휴까지 더해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자녀를 두고도 사정상 휴가를 쓸 수 없었던 부모에겐 희소식이다.

이처럼 5월 6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위한 명분은 일정 부분 있는 셈이다.

▲ 5월 상순 달력.
◇ 임시공휴일의 역사가 보여주는 ‘구시대성’

하지만 임시공휴일 추진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먼저, 적절한 기준이 없는 ‘포퓰리즘적’ 임시공휴일 지정이란 지적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래 68년 동안 임시공휴일 지정은 57번 있었다. 이 중 37번은 선거에 따른 임시공휴일 지정이었다. 2009년까지는 각종 선거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바 있다. 또한 노태우 정권 때까지는 대통령 취임식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대통령 취임식에 따른 임시공휴일은 총 9번이었다. 즉, 선거와 대통령 취임식에 따른 임시공휴일을 제외하면, 68년 동안 11번의 임시공휴일 지정이 있었던 것이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임시공휴일이 독재정권 시절에 있었다는 점이다. 첫 임시공휴일은 박정희 정권에서 나왔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이듬해인 1962년 4·19혁명 기념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약 한 달 뒤 1962년 5월 16일도 임시공휴일이었다. 역시 군인 출신인 전두환 대통령은 ‘국군의 날’이 추석과 겹친다는 이유로 1982년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국장에 따른 임시공휴일 지정도 있었다. 1974년 8월 19일 육영수 여사의 국장과 1979년 11월 3일 박정희 대통령의 국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대통령 국장은 일요일이어서 임시공휴일 지정이 필요 없었다.

이밖에 대표적인 임시공휴일로는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 달 착륙, 1988년 9월 17일 서울올림픽 개막, 2002년 7월 1일 한·일월드컵 폐막 등이 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때는 부산 지역에 한해 임시공휴일이 지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문민정부 이후 임시공휴일 지정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2년 연속 임시공휴일 지정에 나선다면, 독재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구시대적 행보를 보이게 되는 셈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임시공휴일 지정 당시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라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어차피 세금으로 돌아올 비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제왕적 통치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 임시공휴일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보이지 않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실효성 및 역효과 문제도 있다.

공공기관과 정부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대기업들을 제외하고, 비정규직이나 공장 근로자들, 중소기업, 영세사업장 등은 임시공휴일을 누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분명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특히 임시공휴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갈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비용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임시공휴일 지정이 정말로 우리 사회에 이득을 가져다주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눈에 보이는 것은 각종 통계와 숫자로 제시될 경기부양 효과겠지만, 그 반대급부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근무 중인 김모(27) 씨는 “5월 중순에 휴가를 써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조금 난처해질 것 같다”며 “이미 예약도 다 마친 상태에서 열흘을 앞두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네 마트에서 근무하는 차모(29) 씨는 “쉬는 것은 고사하고, 더 바빠지게 생겼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건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소기업 공장에서 근무 중인 구모(30) 씨는 “임시공휴일 지정해서 그 반짝 효과가 얼마나 되겠는가. 진짜 경기부양을 위해선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을 올리고, 극소수의 재벌에 집중된 돈이 풀리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8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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