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전선 직원들이 오는 12일부터 해병대 캠프 체험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대한전선 해병대 캠프와 무관함)
최진용 대한전선 사장의 ‘해병대 사랑’은 유별나다. 일진전기 시절에 이어 또 직원들을 해병대 캠프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최진용 사장 특유의 경영 기법이라는 긍정론과 시대착오적 경영이란 부정적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 실미도로 향하는 대한전선 직원들

봄기운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대한전선 직원 50여명은 오는 12일 해병대 캠프로 떠난다. 이번 해병대 체험 행사는  2박3일 일정으로 인천 실미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3월에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병대 체험 캠프를 3차례 실시했다. 당시에도 해병대 캠프는 목·금·토요일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번 해병대 캠프는 그때 미처 참가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마련됐다.

기업들의 해병대 캠프 참가는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의욕을 고취시키고, 팀웍을 강화하기 위해 종종 이용되곤 한다. 얼마 전에는 연이은 산재 사고를 겪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임원들을 해병대 캠프로 보내 안전의식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전선의 해병대 캠프는 유독 시끌벅적하다. 대기업 직원들이 익명으로 정보 및 의견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에 대한 불만 글이 폭주한 것이다. 이들은 회사가 해병대 캠프 참가를 사실상 강요했다며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를 성토했다. 특히 해병대 캠프 참가 여부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한전선의 5월 해병대 캠프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최진용 대한전선 사장의 남다른 해병대 사랑 결과다.

▲ 최진용 대한전선 사장.
◇ 해병대 출신 사장의 ‘확신’ 혹은 ‘고집’

이쯤되면 예상할 수 있듯, 최진용 사장은 해병대 출신이다. 심지어 ‘해병대 재수생’으로 알려져 있다.

인하대 입학 후 ROTC에 지원했다 낙방했던 그는, 해병대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체중이 모자라 해병대에서도 퇴짜를 맞고 말았다. 그러자 최진용 사장은 해병대 입대를 위해 몸무게를 늘렸고, 결국 '빨간 명찰'을 다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해병대 중에서도 가장 근무지가 멀고 힘들다는 백령도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물론 군입대에 ‘로망’을 가진 청춘도 많지만, 보통은 군복무를 기피하거나, 편한 보직을 찾기 마련이다. 특히, 결격사유를 극복하면서까지 해병대에 입대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최 사장의 ‘해병대 일화’는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최진용 사장은 일진전기 대표를 맡았을 때도 직원들을 해병대 캠프에 보냈다. 그때는 모든 직원이 참가하도록 했다. 출근시간도 7시~7시 반으로 1시간가량 앞당겼다.

효과는 있었다. 최 사장이 대표로 부임한 이후 일진전기는 성장을 거듭했다. 2004년 3897억원이던 매출액이 2010년에는 1조원을 훌쩍 넘겼다.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는 일진전기에서 부회장까지 지냈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대한전선을 구할 적임자로 지목돼 자신이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대한전선으로 금의환향했다.

최진용 사장이 대한전선을 이끌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당시 대한전선은 오너일가의 부도덕한 경영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은 끝에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린 상태였다. 다행히 최진용 사장 부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면했고, 현재는 IMM프라이빗쿼터에 매각돼 안정을 찾아아고 있다.

때문에 해병대 캠프가 최진용 사장의 검증된 경영 방식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는 대한전선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고,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의지와 단합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 사장의 경영 방식이 시대에 뒤쳐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상명하복’의 군대식 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병대 캠프에 대한 내부 불만의 대부분은 ‘강요’에서 비롯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전선 관계자는 “해병대 캠프 참가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자율적인 참가신청에 의해 진행됐다”며 “참여를 강요한 것이 사실이라면 논란이 불거진 뒤 캠프를 중단했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남은 차수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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