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이사에서 전격 해임된 삼성전자 박동건 사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전 대표이사의 거취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연말 정기인사가 아닌 1분기 실적발표 후 갑작스레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것도 모자라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의 보좌역을 맡게 된 게 석연찮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실적부진에 따른 경질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일각에선 박동건 사장에게 다른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대표이사에서 CEO 보좌역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를 박동건 사장에서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박동건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를 이끈 지 2년만으로, 그는 삼성전자 DS부문으로 소속을 옮기며 담당사업부 없이 권오현 부회장의 보좌역만 맡게 됐다.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DS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겸직함으로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동건 사장에 대해선 “권오현 부회장을 보좌하면서 반도체 부문 전체에 대해 부품, 제조, 미래 핵심경쟁력 강화를 챙기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임기가 2년이나 남은 박동건 사장이 해임된 이유로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이 아니냐는 의문을 보낸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만 27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180억원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7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또 CEO 보좌역이란 직책이 한직이란 점에서 경질성 인사로 볼 소지가 높다. 삼성에서 사장급이 CEO보좌역을 맡는 건 특별하지 않지만, 보직이 없거나 한 사업부의 대표에서 물러나 보좌역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동건 사장의 업무는) CEO 보좌역 말고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다”며 정기인사 때가 돼야 보직변동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 일각선 "또 다른 기회 될 수도"

일각에선 박동건 사장의 이번 보직변동이 사실상 경질로 비춰지지만 과거 사례로 볼 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에서 담당자가 실적부진으로 경질되고 한직으로 좌천됐지만 다른 부서로 화려하게 복귀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때는 지난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하기 전의 일이다.

당시 장원기 사장은 삼성전자 LCD사업부문장을 맡아 사업을 이끌다 실적부진에 대한 문책으로 2011년 7월 부문장에서 해임됐다. 정기인사 전에 단행된 것으로, 이후 장원기 사장은 최지성 부회장(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보좌역을 5개월 간 수행했다.

반전은 연말 정기인사 때 일어났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장원기 사장이 삼성 중국본사 사장으로 내정된 것. 이를 놓고 일각에선 삼성전자 LCD 사업을 육성시켰던 공과 더불어 삼성 내 대표적인 중국통이란 점이 작용한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박동건 사장은 올해 1분기에만 실적부진이 두드러졌기에 복귀가 원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은 나쁘지만 작년엔 꽤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박동건 사장과 권오현 부회장은) 같은 사업부문에서 오랜 기간 있었으니 오히려 챙겨준다는 면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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