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한국제지연합회가 주최한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한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한국제지연합회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재작년 최병민 회장 일가의 품으로 돌아온 깨끗한나라가 족벌경영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법은 아니지만 기업의 투명경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평소 깨끗하고 건강한 기업을 강조한 최병민 회장이 세습을 통한 부의 대물림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희성전자 도움으로 회생한 깨끗한나라

대한펄프가 전신인 깨끗한나라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희성전자 덕분에 회생할 수 있었다.

희성전자는 지난 2009년 최병민 회장으로부터 깨끗한나라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희성전자는 6년간 깨끗한나라의 자본잠식 해소 및 실적개선을 이룬 후 경영권을 최병민 회장 일가에 넘겼다.

최병민 회장 자녀들이 희성전자로부터 깨끗한나라의 지분을 다시 사들인 것이다. 최병민 회장의 아들인 정규씨는 595만주, 장녀 현수씨와 차녀 윤수씨는 각각 285만주를 인수했다.

◇ 최병민 회장 관계자, 관계업체 임원으로 포진

주목되는 부분은 깨끗한나라의 기타 특수관계자 수와 거래액이 희성전자의 관리를 거치면서 급증했는 점이다. 기타 특수관계자는 친족관계나 사용인, 기타 고용관계에 있는 자를 말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8년 깨끗한나라의 기타 특수관계자는 나라손, 나렉스 등 2개 업체다. 당시 깨끗한나라는 이들 업체와의 거래로 매출 45억7588만원, 매입 103억4615만원을 올렸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깨끗한나라의 기타 특수관계자는 위 두 업체를 비롯해 '온 프로젝트' '용인시스템' 등 총 4개 업체로 늘어났다. 매출과 매입은 각각 97억4331만원, 247억7984만원으로 증가했다. 깨끗한나라가 이들 업체에 지급한 수수료는 398억7620만원이었다.

이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올해 3월말 기준 4개 업체에 대한 깨끗한나라의 매출은 44억7819만원, 매입은 80억9936만원, 지급수수료는 182억9658만원이다.

이들 업체의 임원을 살펴보면 최병민 회장 일가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최병민 회장의 장녀 현수, 차녀 윤수씨가 이름을 올렸다.

차녀 윤수씨의 경우 나라손, 나렉스, 온프로젝트 등 3개 업체의 대표이사를 겸직해 눈길을 끈다. 각각 제지가공업, 운송업, 광고대행업이 주목적인데 윤수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 4개 업체의 본점 소재지는 '서울시 중구 퇴계로 97'로, 동일한 빌딩에 입주 중이다.

▲ 깨끗한나라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최병민 회장 인사말.<깨끗한나라 홈페이지 캡쳐>

◇ 불법은 아니지만…"오너만의 기업 아냐"

물론 깨끗한나라의 이같은 구조가 현행법 상 불법은 아니다. 어느 건물에 입주하느냐는 기업의 자유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계열사 포함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대기업에 한정된다. 깨끗한나라의 자산총액은 올해 1분기 기준 5000억원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법과 장부상의 개념일 뿐, 일반인에겐 자산총액 5000억원의 기업도 충분히 재벌로 인식된다. 계열사 밀어주기, 세습경영으로 공정사회가 무너지는 건 대기업만을 규제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위 4개 업체는 합산 자본금이 6억5000만원 밖에 안 되는데도 깨끗한나라와 수백억원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낳는다. 30대 중반의 윤수씨가 각기 다른 목적의 법인 3개를 동시에 이끈다는 점도 석연찮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그룹 네비스탁은 "흔히 오너라고 하지만 회사 전부가 오너의 것은 아니다"며 "주주들은 깨끗한나라가 정말 깨끗하고 건강한 회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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