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어디서나 찾기 쉬운 편의점을 여성 안전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혼자 사는 여성들이 밀집해있는 지역 중 하나인 관악구 신림동.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신준식(GS25 신림은하점) 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잠옷 차림의 한 여성이 “살려주세요”라는 다급한 외침과 함께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온 것이다.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하다 도망쳤는데, 벽돌을 들고 쫓아온다는 말을 들은 신 씨는 황급히 여성을 창고 안쪽으로 숨긴 뒤 무선 다이얼링 전화기를 내려놓아 경찰에 자동으로 신고가 되도록 했다. 그때 여성을 쫓아오던 남성이 피를 흘리며 편의점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곧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고, 피해 여성은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2014년부터 24시간 편의점 673곳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여성안전지킴이 집’의 사례 중 하나다. 이곳을 통해 도움을 받은 사례는 지난해 말까지 171건에 달한다.

◇ 편의점의 뛰어난 접근성, 여성 안전 지키기에 ‘딱’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여성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서울시가 ‘여성안심지킴이 집’을 1000개로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새롭게 확대되는 ‘여성안심지킴이 집’의 경우 서울시 공간정보담당관이 여성인구 거주지 및 1인 여성인구 밀집지역, 성범죄 발생지역, 주점 및 유흥업소 지역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공간정보 빅데이터 ‘서울 정책지도’를 활용해 여성안심지킴이집 확대가 우선 필요한 지역의 참여를 희망하는 점주를 대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24일 (사)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5개 회원사인 CU, GS25, 7-ELEVEN, MINISTOP, C-SPACE와 공동협력 재협약을 맺었다.

‘여성안심지킴이 집’은 24시간 편의점을 활용해 위급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긴급 대피와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지킴이 집들은 112와의 핫라인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필요한 경우엔 편의점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에 설치된 비상벨과 무다이얼링(전화기를 내려놓으면 112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통해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한다.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의 협조를 통해 ‘여성안심지킴이 집’ 명단을 112는 물론 각 지역 경찰서 및 지구대와 함께 공유해 신고 및 출동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편의점의 점주나 아르바이트생들이 상시 카운터에 있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호주머니에 휴대했다가 즉시 신고할 수 있는 무선비상벨도 희망하는 점포에 지원하고 있다.

무선비상벨은 위기상황 시 눌렀을 경우 바로 112신고센터에 접수돼 별도의 신고 없이도 경찰이 출동, 즉각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 안심지킴이 교육 및 자치구-NGO 정기 현장점검 등 지속적인 관리

서울시는 안심지킴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5개 회원사의 점주 및 슈퍼바이저를 대상으로 위기대응 시 대처방법, 폭력 감수성 향상 등 여성안심지킴이 집 운영에 관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직접 진행해 폭력 감수성 향상 및 방관자 되지 않기, 마을 지킴이집 역할, 위기상황 시 대처요령, 경찰 신고방법 등에 대해 이뤄진다.

아울러 서울시는 (사)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공동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자치구, NGO와 함께 직접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해 ‘여성안심지킴이 집’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편의점 특성상 아르바이트생이 자주 교체되는 점을 감안, 25개 자치구에서는 구청, 단체, 주민들이 함께 평균 3~4회 현장점검에 참여해 지킴이 역할에 대해 알리고 마을의 감시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보다 많은 여성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여성안심지킴이 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반상회보, 소식지 등에 게재하고 편의점, 전광판 등에 표출해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한편, 여수시가 지난 3월부터 ‘여성안심지킴이 집’을 운영하고, 전남 광주, 경기도 용인시 등 8개 시·도가 벤치마킹을 추진하는 등 서울시 ‘여성안심지킴이 집’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비단 서울시의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협회, 기업, 시민들이 함께 하는 여성안심지킴이 집과 같은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앞으로 여성의 안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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