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위 위스키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가 유흥업소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주고 ‘윈저’ 등 자사 제품을 팔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디아지오코리아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뿌린 돈은 무려 150억원에 달했다. <디아지오코리아>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앞으로 유흥업소에서 특정 양주를 권하면 ‘속내’를 한번쯤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마담이나 지배인 등이 권한 술을 멋모르고 시켰다가 ‘남’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국내 1위 위스키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가 유흥업소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주고 ‘윈저’ 등 자사 제품을 팔도록 했다가 적발됐다. 마담이나 지배인에게 뒷돈을 준 것은 물론 여행경비를 부담하거나, 업소의 세금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이렇게 뿌린 돈이 무려 150억원에 달한다.

◇ 디아지오코리아 ‘윈저’, 뒷돈으로 따낸 ‘1위’ 

디아지오코리아는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사업자다. 윈저, 딤플, 조니워커, 베일리스, 스미노프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대표상품인 ‘윈저’는 2014년 말 출고량 기준으로 위스키 시장 점유율 39.5%로 압도적 1위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28%, 롯데칠성음료(스카치블루) 13.8%, 골든블루(골든블루) 10.8%, 하이트진로(더클래스) 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자사 브랜드 술을 팔기 위해 동원한 수법에 기가 찬다. 일단 ‘키맨(Keyman)’을 지정해 그들을 공략했다. 위스키 제품의 90%가 유흥 소매업소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만큼 유흥업소 관계자들이 로비 대상이 됐다. 손님들에게 술을 권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로, 유흥업소 마담이나 지배인, 실장 등이 ‘키맨’으로 지정됐다. 디아지오코리아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이른바 ‘키맨’에게 뒷돈으로 찔러준 게 148억532만원에 달했다.

여행경비를 부담하거나 빚을 갚아주는가 하면 업소의 세금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효과’는 쏠쏠했던 것으로 보인다. 디아지오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 회계연도(2014년 7월1일~2015년 6월30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3726억원, 영업이익 967억원을 기록해 전년과 비교해 각각 1.65%, 1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1275억을 기록해 2013년 회계년도 786억 대비 49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부터 디아지오코리아 한국법인을 맡고 있는 조길수 대표이사 사장.<디아지오코리아>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디아지오코리아의 이 같은 행위를 ‘통상적인 판촉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혐의로 23일 디아지오코리아에 법 위반 금지 명령과 함께 12억16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위스키 시장에서의 1위 사업자가 경쟁사 제품 판매 저지 등을 목적으로 소매업소에 대한 현금 지원, 세금 보전 등 부당한 경쟁수단을 사용한 행위를 적발·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주류 시장에서 음성적 자금 지원 등 불공정한 경쟁 수단이 사라지고 가격, 품질, 서비스 우수성에 근거한 공정한 경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정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아지오코리아 Ivan Menezes 회장은 한국법인 홈페이지를 통해 “디아지오가 윤리적이고, 우리가 활동하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는 기업의 본보기가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디아지오코리아의 신뢰 추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