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의 차남 김현철 교수는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묘비 제막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실 정치 참여의 뜻을 전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아버님께서 남기신 유훈,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결코 잊지 말아 달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교수의 당부에 여야 지도부는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여권은 친박과 비박의 계파 갈등으로 내홍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인 데다 야권은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돼 견제를 이어가고 있었던 만큼 김현철 교수의 당부가 껄끄러웠을 터다.

하지만 김현철 교수는 앞으로도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YS의 묘비 제막식이 열린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아직 야인이다. 제가 (정치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언급이 필요할 땐 해야 한다고 본다. 제가 말씀드려야 할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YS 서거 이후 줄곧 밝혀왔던 “정치를 떠났다”라는 발언과 온도차가 있다.

이에 대해 김현철 교수는 “정치적 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라면서 “김영삼민주센터를 통해 아버님의 숭고한 뜻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매진하되 이외 현실 정치 참여의 연결고리는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그는 장례의 마지막 절차라고 할 수 있는 묘비 제막식 이후 정치권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현철 교수는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었지만, YS의 ‘오른팔’ 최형우 전 내무장관의 슬픔은 여전했다. 그는 이날도 오열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묘비 제막식 인사말로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 내려가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울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도 부축을 받으며 직접 헌화했다. 앞서 최형우 전 장관은 YS 서거 당시 빈소에서 꺼이꺼이 목 놓아 울었다. 백발이 된 팔순 노인의 눈물은 주변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서청원 전 최고위원은 나란히 앉았으나,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정면만을 응시했다. 반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진=소미연 기자>
제막식이 끝난 이후 언론의 시선을 모았던 인사는 다름 아닌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였다. 전날 칩거를 깨고 정진석 원내대표,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과 3자 회동을 갖고 당 정상화 방안에 전격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무성 전 대표는 서청원 최고위원과 나란히 앉아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착석할 당시 악수만 나눴을 뿐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당 혁신비대위원장으로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만 답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제막식이 채 끝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편, 정부 주관으로 열린 이번 제막식에는 YS의 부인 손명순 여사를 비롯한 유족과 정·관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묘비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 묘비와 김영삼 민주주의 기념비 2개로 만들어져 묘소 좌우측에 건립됐다. 특히 기념비에는 ‘닭의 목을 비틀지라도 민주주의의 새벽은 오고 있습니다’라는 생전 어록과 YS가 직접 쓴 ‘民主主義(민주주의)’와 ‘大道無門(대도무문)’ 휘호가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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