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는 성과주의 바람… 노조 강경 대응 예고

▲ 5월31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기권 노동부 장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시중은행으로 번질 조짐이다. 금융공기업들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정되면서, 금융 당국의 화살이 시중은행으로 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확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 금융권에 확산되는 성과주의 바람

“성과중심 문화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지난 26일 제4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나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이날 임 위원장은 “금융권의 무사안일, 보신주의를 타파는 금융개혁 완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민간 금융권도 제도 도입을 서두를 것을 주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시중은행들의 움직이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5월30일 수출입은행을 마지막으로 금융 공기업 9곳(산업은행·기업은행·기술보증기금·캠코·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한국예탁결제원)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키로 결정하면서 다음 타깃은 자신들이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금융위는 민간 은행들에게 성과연봉제 도입필요성과 함께 모범사례를 제시했을 뿐”이라며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금융 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했다고 해서 시중은행에 바로 도입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기업, 공공기관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강경 투쟁’ 예고하는 노조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시화 되면서 노조 역시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2009년 금융 공기업에서 시작된 신입 초임 삭감이 민간 은행 전체로 확산된 걸 지켜본 만큼 성과연봉제는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확산은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며 9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도입 분위기는 일찍이 감지됐다. 이달 초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호봉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시중은행 내부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 여론이 확산됐다.

지난 5월4일 하 회장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은행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의 호봉제는 임금의 유연성이 없다”며 “고용체계의 유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조는 실적 압박으로 ISA 등 불완전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내부에 성과주의가 확산된다면 국가 산업 전반에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미 팀별로 성과 평가가 이뤄지는 있는 은행에 개인별 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건 쉬운 해고를 하겠다는 정부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인별 평가는 생산성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호봉제를 확산하는 추세인데 정부가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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