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으로 정치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입지선정 연구용역 발표를 앞두고 1일 부산권 의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2일에는 대구경북 의원들이 나서 맞불을 놨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6월 말 영남권 신공항 입지용역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 갈등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신공항 후보군인 경남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두고 TK의원들과 PK의원들의 양분됐다. 19대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유물이었던 유치전 싸움은 20대 국회에 와서는 야당의원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익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는 셈이다.

시작은 부산권 의원들이었다. 앞서 1일 김세연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과 김도읍 원내수석, 조경태 의원 등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찾아 이번 입지용역 심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신공항 연구용역의 평가기준이나 가중치 비공개, 항공학적 고려 등에 불공정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부산의원 움직이자 하루 만에 대구의원들 맞불

면담을 마친 김세연 의원은 취재진들에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용역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일부 무너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정황이 확실히 드러나면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이번 연구용역에서 부산지역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 영남권 신공항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문제로 여야를 떠나 지역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뉴시스>
부산권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대구경북 의원들도 맞불을 놨다. 2일 오전 조원진, 윤재옥, 김상훈 의원 등 TK의원들도 정진석 원내대표를 찾아 경남밀양 신공항 유치를 압박했다. 표면상으로는 ‘공정한 평가’를 당부하는 선이었으나, 이면에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와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난 윤 의원은 “공정한 평가를 약속 받았다”면서 “정쟁이 되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에서 그 용역을 담당하고 있으니 공정하게 판단하도록 믿고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공항 유치를 두고 새누리당 내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더민주 의원들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19대 국회까지만 해도 신공한 논란은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의 문제였으나, 20대 국회에서는 더민주 의원들도 이해관계가 얽혔기 때문이다. 4.13 총선 당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신공항이 (가덕도에) 착공하려면 더민주 국회의원 5~6명을 당선시켜줘야 한다”고 부산민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부산시민들이 뽑아준 더민주 소속 국회의원이 총 5명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 더민주도 신공항 유치전 가세, 이익 앞에 여야 따로 없네

이들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하며 우상호 원내대표와 면담을 이어가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연구용역에 대해 평가기준 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더민주 부산시당은 촛불 문화제 등 대대적인 가덕도 유치 캠페인을 예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산시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당원 등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더민주가 이 문제를 당론으로 정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같은 당내 움직임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현역의원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부겸 의원이 그 당사자다. 4.13 총선 당시 신공항 유치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르자 김 의원은 경남밀양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민주 입장에서야 가덕도 유치가 정치적으로 이익이나, 총선스타인 김 의원이 반대하고 있어 당혹스런 상태다. 지역주의와 함께 친노와 비노 계파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공항 문제를 야권버전으로 부산 문재인과 대구 김부겸의 대립구도로 해석하기도 했다.

신공항 문제로 정치권이 달아오르자 난처해진 것은 국토교통부다. 당초 대구·부산·울산·경북·경남 5개 단체장이 연구용역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하면서, 문제는 쉽게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정치쟁점화 되면서 또다시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2011년에도 지역주의에 따른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추진이 백지화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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