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신형 말리부 앞에서 야구 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한국GM>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4월은 잔인한 달...’.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2016년 현재, 한국GM에게는 ‘6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적합할 듯 싶다. 1일 첫날부터 납품·채용 비리와 동시에 내수차별 의혹까지 시달리며 ‘삼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 채용비리에 납품비리까지

지난 1일 인천지검 특수부가 한국GM 인천본사에 들이닥쳤다. 복도를 가로질러 검찰이 곧장  노무관리팀으로 향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올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최근 제기된 납품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검찰의 움직이기 본격화된 것으로 비춰졌다.

한국GM의 납품비리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달 11일부터다. 이날 검찰에 구속된 전 노조 간부 A씨와  B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특정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체육대회 기념품이나 명절 선물세트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이들이 받은 돈은 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이 실시된 1일 노무관리팀 C상무에 대한 체포도 이뤄졌는데, 그는 A씨와 B씨로부터 돈을 받고, 이들이 지목한 업체들이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회사 측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단순히 납품비리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관계자들은 검찰이 ‘현대판 음서제’라 불리는 고용세습이 빈번한 기업으로 한국GM을 꼽고 마침내 칼을 뽑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A씨 등이 비정규직 직원 1명당 수천만원씩을 받고 정규직 전환을 도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의 고용세습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8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고용세습 기업체 명단’에 따르면 한국GM은 고용세습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국내 11개 기업 중 한 곳이었다.

특히 한국GM은 장기근속자는 물론, 개인 신병으로 퇴직한 직원의 가족까지 우선채용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하 의원은 “한국GM은 한번 입사하면 대대로 직장을 대물림 할 수 있는 신의 직장”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지난해 부평공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39명 중 절반 가까이가 전·현직 노조간부라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국GM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진전된 상황은 없다”며 “고용세습 문제는 한국GM보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더 자주 불거졌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 한국 소비자에 대한 차별 의혹도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1일, 한국GM이 내수차별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논란이 된 모델은 신형 말리부로 북미에서 판매되는 모델에는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 10개를 장착한 반면, 국내용 모델에는 30~50% 가량 저렴한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 8개가 장착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자동차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GM이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한국GM 측은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하는 곳은 미국과 캐나다 뿐”이라며 “한국 모델의 경우 초고장력 장판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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