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차관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최근 심각한 사회적문제로까지 대두됐던 ‘미세먼지’와 관련, 정부가 특별대책을 내놨다. 3일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기본방향은 ‘국내배출원의 대폭적인 감축’ 등 크게 다섯가지다. 하지만 상당부분 국내문제에만 집중돼 있고, 일부 대책은 세부적인 계획없이 큰 틀만 제시한 것이어서 ‘뜬구름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 경유차 배기가스 관리 강화 등 국내 배출원의 집중 감축

정부는 3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터 장관회의를 열고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 윤성규 장관은 이날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걱정하시게 해 드려 송구스럽다”면서 “대통령께서도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여 하라고 지시하시고 강조하신 바 있다. 그동안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세 차례의 관계부처 차관회의 등을 거쳐 정부의 특별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미세먼지 배출원과 배출량 <환경부 제공>
정부가 내놓은 특별대책 기본방향은 크게 다섯가지다. △국내배출원의 대폭적인 미세먼지 감축 추진 △미세먼지와 CO2를 함께 줄이는 신산업 육성 △주변국과의 환경협력 △미세먼지 예‧경보체계 혁신 △대국민 홍보강화 등이다. 환경부가 강력히 주장해온 경유가격 인상은 제외됐으며, 삼겹살과 고등어 등 직화구이집에 대해 당초 거론됐던 ‘직접 규제’에서 ‘간접 규제’로 선회됐다.

우선 정부는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경유차·건설기계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경유차의 질소산화물 인증기준을 강화하고, 보증기간 내 배기가스 리콜명령시 차량 소유자가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헸다. 보증기관이 경과한 차량에 대해서는 배기가스 기준을 강화(매연 15%→10% 이내)한다.

2005년 이전 출시된 노후 경유차량은 2019년까지 조기 폐차 시키도록 하고, 모든 노선 경유버스를 친환경적인 CNG 버스로 단계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친환경차(Green Car) 보급을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연간 48만대)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총 150만대)하고, 주유소의 25% 수준으로 충전인프라를 확충(총 3100기) 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오염 심각도에 따라 자동차 운행이 제한된다. 대기오염이 심각할 경우 평상시에는 노후 경유차 수도권 운행제한하고, 극심한 고농도가 연속될 경우에는 차량부제 등 비상저감조치 시행을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하여 추진한다.

◇ 정부 “10년 이내에 유럽 수준으로 미세먼지 개선하겠다”

▲ 정부는 3일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경유차 생산·배출기준 강화 ▲노후 경유차 수도권 진입 제한 ▲친환경 교통수단 확충 등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 경유값 인상은 제외됐다
발전·산업 분야의 경우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노후 발전소를 과감하게 축소하고, 신규 발전소는 보다 높은 환경기준을 적용해 배출량을 저감시켜 나가기로 하는 한편,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공사장이나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공사장의 방진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음식점 같이 서민이나 영세사업자 관련 시설에 대해서는 규제보다는 미세먼지 저감 설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통해 미세먼지를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주변국과의 환경협력 강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와 그 산하의 대기 정책 대화를 통해 대기오염 방지, 대기질 모니터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중비상채널을 구축해서 대기오염 악화시 긴밀히 협력하는 식이다. 한중간 대기질 측정 자료 공기도시 협력사업을 공고히 하고 우리 기업의 중국 시찰을 추진한다.

미세먼지 예보 경계체계를 강화하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노약자와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건강보호를 위해 국민 행동 요령에 대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는 “10년 이내에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개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현재 파리의 미세먼지 농도가 18㎍/㎡, 런던이 15㎍/㎡인 것에 맞춰 2026년까지 18㎍/㎡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 근본적 원인규명과 연구투자 빠져… ‘반쪽짜리’ 대책 지적도

다만 이번 대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왜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원인규명과 이에 대한 연구투자 부문이 빠져있다.

▲ 수도권 대부분 지방의 미세먼지농도가 나쁨 단계를 보인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미세먼지가 잔뜩 낀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건설현장 비산먼지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이 역시 ‘대형건설사 비산먼지 저감 자발적 협약’이라는 내용으로 뭉뚱그려졌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현장 관리점검(방진막, 물뿌리기, 세륜 등)’은 이미 시행중이지만, 환경부 조사 결과 대부분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됐던 경유값 인상 등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은 명확한 결론없이 ‘검토 과제’라는 이름으로 뒤로 미뤄졌다.

‘노후 경유 차량의 이동 제한 확대’는 이전에도 환경부가 검토를 추진하다가 보류된 바 있고, 일부 정책들도 지난해 나온 ‘제2차 수도권대기환경 개선계획’에 포함돼 시행돼 온 것들이다. 친환경차 확대 역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에 대해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정부는 현재 미세먼지의 주된 오염원이 무엇인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적 비판 여론을 피하려고 성급하게 내놓은 일회성 대책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역시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약속에 대해 “친환경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현가능성이 낮다”며 “미세먼지 다량배출 경유차 관리 등 구태의연한 기존 정책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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