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투명한 롯데가 되겠다.” 신동빈 롯데그룹이 회장이 지난해 8월 11일 대국민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형과의 ‘경영권 다툼’과 ‘일본기업 논란’으로 파문이 커지자 신 회장은 ‘경영 투명’과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같은 약속이 ‘공염불’이 될 처지다. 롯데홈쇼핑, 롯데마트, 롯데면세점 등 계열사 곳곳에서 각종 부도덕적한 행위가 적발됐고 ‘지배구조 핵심 개선 방안’인 호텔롯데의 상장도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비자금 의혹’까지 터졌다.

검찰은 10일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해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핵심 임원 자택 등 17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과 신동빈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도 포함됐다. 검찰은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오너 일가와 그룹 임원들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의 총공세에 롯데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하지만 재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사실 롯데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정 칼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란 관측은 현 정권 초기부터 제기됐다. 

롯데는 이명박(MB) 정권 시절 최대 수혜기업으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MB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비롯해 부산 롯데타운 신축 허가, 맥주시장 진출 등 사업적 혜택을 받은 탓에 각종 ‘특혜 의혹’을 사왔다. 이에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첫 번째 사정 타깃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런 관측과 달리, ‘롯데’에 대한 사정 칼바람을 불지 않았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일본기업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잠잠했다.

이에 검찰 수사 소식에 정재계 안팎에선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롯데 비리 자체’보다 정치적인 의도에 초점이 맞춰진 수사가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 즉 친이계 인사들을 겨냥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수사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배경이 어찌됐든, ‘묵혔던 칼’을 뽑았다면 롯데의 ‘비리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각종 인허가 ‘특혜의혹’부터, 불투명한 지배구조, 오너일가의 뒷돈 의혹까지. 롯데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로 국민들의 분노는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실체를 잡지 못한 채 ‘소리’만 요란한 수사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지배구조 이슈도 마찬가지다.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 뿐 아니라, 롯데의 지배구조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신 회장은 대국민기자회견을 열고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나 주주 구성 등을 살펴보면 수긍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한국롯데의 ‘지배기업’이 일본 회사인데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서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파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일부 드러났지만, 일본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 구조 정보는 불명확하다. 이에 한국에서 벌어들인 자금이 일본으로 대거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국부 유출 논란’도 계속되는 형편이다. 롯데가 ‘한국기업’으로 진정 인정받고자 한다면,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검찰 수사의 칼날은 결국 ‘오너 일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 역시 ‘핵심 조사 대상’이 될 것이 자명하다. 형과의 ‘경영권 다툼’ 끝에 승기를 잡고 ‘한일롯데’의 원리더로 등극한 신 회장의 어떤 국면을 맞이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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