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이 추진 중인 2013~2014년 상여금 환수가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2분기에 3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부임한 정성립 사장이 회사의 심각한 상황을 직시하고, 대대적인 ‘부실 털기’에 나선 결과다. 이런 기조는 3분기에도 이어졌고, 누적 적자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단순히 지난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가려져있던 대우조선해양의 ‘민낮’이 화장을 지우며 드러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계 위기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2013년과 2014년에도 나름 견고한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이 2013년부터 분기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2014년엔 대형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과 상반된 행보였다. 하지만 이때 발표된 재무제표는 거짓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부분의 부실을 밝혀낸 뒤 뒤늦게 2013년과 2014년의 재무제표를 수정했고, 흑자였던 성적표는 적자로 돌아섰다.

◇ 수정된 재무제표, 수정돼야 할 상여금

주목할 부분은 고재호 전 사장이다. 고재호 전 사장은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이끌었다. 재무제표가 거짓으로 드러난 2013년과 2014년을 포함한다.

문제는 고재호 전 사장이 거짓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수령한 ‘보너스’다. 고재호 전 사장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3억6100만원과 1억3300만원을 상여금으로 가져갔다. 상여금 지급 기준이 된 기간은 각각 2013년과 2014년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같은 상여금 지급의 근거로 ‘실적’을 들었다. 201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계량지표와 관련해 수익성, 성장성 및 생산성은 매출액이 2012년 12조5654억원에서 2013년 14조800억원으로 12.1% 증가한 점, 당기순이익이 2012년 1370억원에서 2013년 2517억원으로 83.7% 증가한 점을 고려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상여금 기준이 된 2013년과 2014년의 재무제표는 현재 적자로 수정됐다. 따라서 고재호 전 사장에게 지급된 상여금도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재무제표 수정에 따른 상여금 환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할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법무법인과 함께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언제쯤 환수가 이뤄질지 밝히긴 어렵다”고 전했다.

여기엔 복잡한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상여금 환수라면 큰 걸림돌은 없다. 상여금의 지급기준이라 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이미 수정됐고, 고재호 전 사장도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아닌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차가운 여론을 감안한다면, 전례를 따지지 않고 적극 추진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대우조선해양 측은 상여금 환수가 재무제표 수정에 따른 후속조치 일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시사위크>
◇ 상여금 환수를 둘러싼 나비효과

그렇다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그 이유로 지목되는 출발점은 바로 ‘분식회계’ 혐의다. 대우조선해양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비리, 특히 분식회계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고재호 전 사장 측은 “분식회계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재호 전 사장 입장에선 상여금 환수에 수긍하는 것이 자칫 분식회계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임원들의 존재다. 재무제표가 수정된 2013년과 2014년, 대우조선해양엔 김갑중 전 부사장이 재경실장을 맡고 있었다. 구체적인 보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그 역시 상여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고재호 전 사장의 상여금을 환수한다면, 김갑중 전 부사장을 비롯한 재무·회계 담당 임원들의 상여금도 돌려받아야 한다.

김갑중 전 부사장은 다름 아닌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재경담당 최고임원은 줄곧 산업은행 출신, 그것도 산업은행 재무부문장 출신이 맡아왔다. 현재 김열중 재경본부장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상여금 환수와 분식회계 여부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는다. 상여금 환수는 재무제표 수정에 따른 사후조치 일뿐, 검찰 수사나 분식회계 여부와는 다른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무제표 수정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분식회계다. 상여금 환수의 이유가 재무제표 수정이라면, 재무제표 수정의 이유는 분식회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김갑중 전 부사장의 상여금 환수가 산업은행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측 관계자는 “상여금 환수 문제가 다소 확대 해석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재무제표가 수정됐기 때문에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이며, 고재호 전 사장을 특정해서 추진 중인 것은 아니다. 만약 고재호 전 사장의 상여금을 환수한다면, 관련된 임원들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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