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업자들이 대리기사들에게 보낸 ‘카카오 기사 퇴출’ 공지 문자.<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카카오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를 놓고 대리업계가 시끄럽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리기사와 고객을 연결하는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로, 이달 초 출시됐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고객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특히 기존 대리업체에 비해 대리기사의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많은 대리기사들이 카카오 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객에 이어 대리기사까지 뺏길 처지에 놓은 대리업체가 카카오 콜을 받는 대리기사에 대해 퇴출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 대리기사들 “업체 갑질 이젠 싫다”

최근 대리기사들은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카카오 대리운전을 등록한 기사를 적발해 퇴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셔틀’이라고 불리는 순환차량 이용도 금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셔틀은 업체가 자정 넘어 대리기사들의 복귀를 돕기 위해 운영하는 승합차 서비스다.

이에 15일 사단법인전국대리기사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리업체의 '횡포'를 비난했다. 대리업체의 카카오 기사 퇴출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대리기사들은 보통 2~3개씩 대리업체 앱을 깔고 콜을 받는 ‘통합콜’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도 하나의 선택지로 추가된 것인데 대리업체가 매출이 줄자 대리기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리기사들에 대한 기존 업체들의 ‘갑질’도 도마에 올랐다. 김종용 사단법인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대리업체들은 20%가 넘는 과도한 수수료와 각종 명목으로 부당 이익을 취하고 있어 기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며 “카카오는 기존 업체와 경쟁을 통해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계기이자 새로운 대안”이라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리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리업체에 등록된 대리기사들은 수수료 외에도 보험료, 관리비, 출금비, 취소 패널티 등 각종 명목으로 수익의 일부를 대리업체에 낸다. 문제를 제기하면 콜 중계 앱에 로그인을 차단하는 식으로 기사들의 목줄을 죄기도 했다는 것이다. 매달 보험료를 내도 제대로 보험등록을 하지 않고 업자들이 착복을 해 사고가 나면 기사뿐만 아니라 손님까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그는 주장했다.

◇ 카카오 “수수료 최저인데…”

카카오는 검찰 고발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수집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리업체가 기사들에게 카카오 콜을 받지 말라고 강요하는 행위는 그냥 넘어갈 순 없는 일”이라며 “검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 위해 제보나 증거화면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기존 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비판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대리업체는 수수료 20~40%를 받고 연간 약 100만원의 보험료를 각 업체마다 따로 받으며 여기에 각종 명목으로 이득으로 취한다”며 “카카오는 최저 수준인 20%의 수수료만 받고 보험료 등 기타 불합리한 비용은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대리업체 “퇴출은 근거 없는 얘기”

기존 대리업체도 할 말은 있다. 일부 소규모 업체의 문제가 전체 업체가 한 것처럼 부풀려지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오히려 여러 업체에서 문어발식 콜을 받는 기사들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대리업체 관계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 콜만 받는 기사들이 있는데 콜 받는 수를 보면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며 “우리 콜만 받는 기사들에게 좀 더 혜택을 주기 위해 등급을 매겨 배차를 차등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는 퇴출이 아니다”고 밝혔다.

앱에 로그인이 안 되는 것은 지난 13일부터 신규 등록을 하려는 기사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서 신규 기사는 이미 여러 업체에 발을 걸치고 있을 가능성이 커 기존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는 것이다.

부당한 관리비 착복에 대해서는 콜센터 영업에 인건비 등 업체도 운영비가 들어가는데 이 부분에 대해 1000~2000원의 소액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에 대해 불편함도 드러냈다. 업체와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할인 쿠폰 등으로 초기 고객 확보에 나서면서 기존 업체는 고객 수가 줄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아 전체적으로 업체가 침체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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