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의원 등 무소속 일괄복당 결정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친박계는 정진성 원내대표가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복당 결정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사퇴’를 시사하고 친박계가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핵심은 계파갈등의 정점에 있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 여부다. 친박계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복당문제를 새 지도부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고 비박계는 비대위에서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16일 비대위 회의에서 전격 결정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갑작스런 결정에 비박계는 어리둥절 했고, 친박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지만, 불편한 심기를 완전히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복당결정이 있던 비공개 비대위 회의부터 김희옥 위원장의 ‘사퇴고심’까지 새누리당 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 김희옥 위원장, 멀쩡히 표결에 붙이고 5시간 뒤 ‘사퇴고심’ 왜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9시 20분경 시작된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안건의 내용은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 ‘시점’이었다. 즉 이번 비대위에서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친박계 주장대로 다음 지도부에 넘길 것인지 여부다. 이 안건에서는 ‘비대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은 없었다는 전언이다.

이견이 엇갈린 것은 언제 비대위가 복당을 결정할 것인지와 ‘일괄복당’을 허용할 지 여부였다. 토론이 오고가는 가운데 한 여성비대위원이 표결을 제안했고, 일괄복당 여부까지 포함해 김 위원장이 표결에 붙였다. 8표까지 개표한 상황에서 ‘일괄복당’ 찬성표가 6표로 과반이 넘자, 김 위원장은 개표를 중단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비대위 결정사항은 회의 직후인 11시 20분 경 김영우 비대위원의 입을 통해 전해졌고, 곧이어 지상욱 대변인이 브리핑하면서 공식화됐다. “입당승인은 당의 통합과 화합을 이루라는 4.13 총선민의를 받들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결정됐다”는 이유도 덧붙여졌다.

정치권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복당결정이 이뤄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복당결정이 바로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깜짝 발표였으나, 비대위원 인선이 사실상 친박계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잡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서는 친박계 및 청와대와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된 게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왔다.

복당이 확정된 유승민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은 각각 보도자료 등을 통해 “당의 화합에 노력을 하겠다”는 요지의 복당인사를 전했다. 계파갈등 해소의 ‘시금석’이라 여겨졌던 ‘유승민 복당’ 문제는 갑작스런 결정에 다소 김이 빠졌지만, 그렇게 수습되는 듯 했다.

◇ 정진석의 협박성 발언에 불쾌?, 청와대 압력? 추측 난무

▲ 의원 워크숍을 통해 새누리당은 계파해체선언문까지 채택했으나, 유승민 의원의 복당결정에 따른 갈등이 폭발하면서 일주일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뉴시스>
그러나 오후 5시 반전이 일어났다. 김 비대위원장이 사퇴를 고심하며 고위당정청 회의 불참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비대위가 고위당정청 회의개최를 발표한 지 약 7시간, 일괄복당 결정을 한 지 5시간 만이다. 김선동 비서실장은 “(비대위) 회의장 내에 여러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복당 결정)에 대해 굉장히 무거운 생각을 하시게 된 것 같다”며 일괄복당 결정이 원인임을 추측케 했다.

그리고 친박계의 융단폭격이 시작됐다. 대상은 정진석 원내대표다. 비공개 회의장에서 정 원내대표가 협박성 발언으로 표결에 반대하던 김 위원장을 압박했고, 정치경험이 없는 김 위원장이 결국 표결에 붙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태흠 의원은 ‘쿠데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현재 김 위원장 측은 ‘표결에 붙이지 않는 것은 중대범죄’, ‘청와대 오더를 받았느냐’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김 위원장이 크게 모욕감을 느꼈다고 전하고 있다. 17일 오후 친박계 의원들은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일괄복당결정 번복은 물론이고, 정 원내대표의 사과와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표결에 붙이지 않는 것은 범죄”라고 한 발언은 김 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며, 두 차례 해명과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표결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당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표현’ 문제는 곁가지일 뿐, 핵심은 ‘복당결정’에 대한 불만이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주변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멀쩡히 표결에 붙이고 회의를 종료한 김 위원장이 갑작스레 ‘사퇴’를 언급한 이면에 청와대의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실제 안건을 표결에 붙일지 여부는 위원장의 권한이다. 김 위원장이 표결에 붙이지 않았다면, 일괄복당 결정은 있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한편 친박계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은 갈리는 모양새다. 일부 강경파 사이에서는 의총 등을 통해 결정을 번복하고 정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한다. 반면,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과 한선교 의원은 당헌당규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한선교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좀 무리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빠른 점은 없지 않지만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에 당의 개혁이나 혁신, 변화의 차원에서 승화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