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의 칼끝이 남상태 전 사장을 향하고 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17일 정준택 휴맥스해운항공 회장을 구속했다. 휴맥스해운항공은 대우조선해양의 물류운송부문 협력사다. 정준택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는 대가로 회사 자금을 빼돌려 대우조선해양 측에 건넨 혐의와 증거위조교사,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가 남상태 전 사장과 가까운 인물이란 사실이다. 정준택 회장은 남상태 전 사장의 대학 동창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정준택 회장의 혐의는 모두 남상태 전 사장 재임 기간에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남 전 사장이 이 회사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남상태 전 사장의 측근은 정준택 회장만이 아니다. 또 다른 측근이자 유명 건축가인 이창하 디에스온 대표도 의혹의 중심에 있다. 검찰은 최근 이창하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했으며, 남상태 전 사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 그가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를 맡기도 했던 이창하 대표는 지난 2009년에도 비리 혐의가 적발돼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도급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업무상 횡령을 저지른 혐의다.

당시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던 이창하 대표의 형은 검찰 수사를 눈치 채고 캐나다로 도주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비자 문제 등으로 캐나다 정부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으나, 법무부의 안일한 대처로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창하 대표의 형은 남상태 전 사장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힌다. 이창하 대표와 남상태 전 사장의 연결고리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검찰은 이창하 대표의 형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 남상태 전 사장은 이전에도 연임 로비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사진은 2007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남상태 당시 사장과 악수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 관건은 비자금 용처…연임 로비에 쓰였나

남상태 전 사장과 주변 인물을 둘러싼 비리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비자금 조성이다. 검찰은 이들이 최측근 업체에 특혜를 주고, 뒷돈을 챙기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의 ‘포스코 비리’ 사건과 유사한 형태다.

문제는 ‘비자금의 용처’다.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그 돈이 필요한 곳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가장 먼저 연결되는 게 로비 의혹이다. 남상태 전 사장은 과거에도 ‘연임 로비’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맡은 그는 3년 임기를 한 차례 연임했다.

특이한 점은 노무현 정권 시절 처음 사장에 오른 그가 이명박 정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공기업 혹은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기업들의 수장이 일반적으로 정권 교체와 함께 물갈이되는 것과 비교된다.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이명박 정권, 그것도 영부인이었던 김윤옥 여사로 연결된다. 남상태 전 사장은 김윤옥 여사의 남동생 고(故) 김재정 씨와 중학교 시절 친구로 전해진다.

남상태 전 사장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던 강기정 전 의원은 김윤옥 여사가 정동기 당시 민정수석에게, 정동기 수석은 다시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에게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은 검찰 수사에 포함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 넘어갔었다.

검찰의 칼끝이 향하고 있는 남상태 전 사장 비리 의혹의 끝엔 이명박 정권이 자리 잡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인 롯데그룹 역시 이명박 정권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검찰의 수사 의지다. 핵심 인물들의 행방이 묘연하고, 이미 사건이 발생한지 수년이 흘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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