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3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와 함께 서울 양재동 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신청사건 심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계기로 신동주 SDJ 회장이 반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가운데, 신 회장의 오른팔 정혜원 상무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신 회장의 ‘입’은 물론,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지킴이’까지 자처하고 있다.

◇ ‘입’이자 ‘대리인’ 그리고 ‘통역’까지

‘신동주의 오른팔’ 정혜원 상무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린 건 지난해 10월 8일을 기점으로 한다. 이날 열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 상무는 SDJ 코퍼레이션(이하 SDJ)의 홍보담당자로 세간에 소개됐다.

SDJ는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의해 국내 활동 기반을 박탈당한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사명 SDJ는 그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왔다.

이때부터 정 상무는 SDJ의 ‘입’이자 신 전 부회장의 ‘대리인’으로 활약하며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16일 롯데그룹 방문은 그의 존재를 알린데 결정적이었다. 당시 정 상무는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CCTV 감시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통고서를 들고 ‘적진’에 뛰어들었다.

같은 달 30일에는 롯데그룹으로부터 신 전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제2롯데월드 출입을 저지당했다.

정 상무는 한국어가 서툰 신 전 부회장의 ‘통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긴급 기자회견 직후인 10월 14일 열린 광윤사 주총 후 발표문을 대독하며 ‘승전보’를 전했다. 일본 기업 광윤사는 호텔롯데 대주주로서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다.

정 상무는 신 전 부회장에게 직접 한글을 가르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초반인 지난해 7월, 일본어로 인터뷰를 진행한 신 전 부회장에게 “한국어도 못하는 한국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 SDJ와 정 상무의 ‘연결고리’는 민유성 회장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정 상무는 신 전 부회장의 부인 조은주 씨와 함께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다.

정 상무는 “(신 전 부회장이) 틈나는 대로 발음에 중점을 두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언어를 배울 때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상태 역시 정 상무의 ‘입’을 통해 확인된다. 현재 신 총괄회장의 입원과 퇴원 여부 등은 정 상무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정 상무가 각별한 사이라는 것은  종종 언론에 공개되는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또 지난해 신 총괄회장 일가만 모여 조촐하게 치러진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정 상무는 신 총괄회장에게 조끼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상무가 SDJ와 인연을 맺은 건 ‘신 전 부회장의 책사’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을 통해서다.

1967년생인 정 상무는 서울여대와 서강대에서 각각 미술학과 언론학 공부했다. 한글과컴퓨터에서 브랜드전략 업무를 담당한 정 상무는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씨티그룹)에서 홍보일을 맡았는데, 이때 이 회사 서울대표가 민 회장이다.

이후 산은금융지주와 디큐브 시티에서 2년 6개월여간 근무 한 정 상무는 민 회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SDJ 사단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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