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화재가 난 항공기를 29시간 만에 운항해 승객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24일 미국 뉴욕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륙을 준비하던 아시아나 항공기 A380(OZ222)에 화재가 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시아나는 대체기를 투입하는 대신 해당 항공기를 정비하고 별다른 공지 없이 그대로 승객을 태웠다. 항공사는 정비가 완료된 안전한 기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여 아시아나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대체기는 어디가고 불난 항공기가…

문제의 항공기는 지난해 5월부터 아시아나 ‘인천-뉴욕’ 노선에 투입돼 주 7회 운항 중이었다. 지난 24일 인천으로의 출발을 두 시간 앞둔 오전 11시 30분, 남은 연료를 배출시키는 과정에서 장치 결함으로 스파크가 튀었다. 소규모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가 즉시 진화에 나섰지만 발화지점이 항공기의 핵심인 엔진과 가까워 출발에 차질이 빚어졌다.

아시아나는 출발을 3시간 미루기로 결정하고 400여명의 승객들에게 스케줄 지연을 알렸다. 이후 공지된 출발시간을 30분 앞두고 이번엔 운항이 전면 취소됐다. 다음날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한다는 2차 공지를 받고승객들은 공항을 떠났다.

문제는 아시아나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B737 기종을 대체 투입한다고 공지 후 실제로는 수리가 끝난 A380을 그대로 운항했다는 점이다. 공지를 믿은 승객들은 전날 기체 결함으로 운항이 취소됐던 A380을 대체기종으로 알고 안심하고 탔다.

25일 일부 승객들이 전날 화재가 발생했던 기체란 걸 알고 항의했지만 아시아나는 해당 여객기로 운항을 단행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대체기 투입 전에 항공기 정비가 완료돼서 대체기를 투입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제작사인 에어버스로부터 정상 운항이 가능하다는 승인을 받아 면밀한 검토 끝에 해당 항공기로 승객을 모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항공편은 26일 오후 10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

◇ 공지 혼선 등 미숙한 대응 ‘도마’

아시아나는 “커뮤니케이션상의 혼선으로 오해가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항공사가 공지한 사실과 승객의 이해가 서로 엇갈렸다는 말이다. 아시아나는 승객들에게 ‘대체기가 투입 준비 중에 있고, 투입 여부 확정은 새벽 1시쯤 결정이 난다’는 골자의 내용을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대체기 투입을 확정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전후 상황 설명 없이 대체기 투입을 거론한 자체가 오해의 여지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항공기가 지연되면 지연 시간과 다음 운항 시각을 우선적으로 공지한다”며 “보통 승객 한분 한분께 지연 원인 등을 설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출발 지연 원인을 문의하는 승객에게만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나는 2차공지로 알렸던 다음날 오후 4시 30분에서 출발시간을 또다시 2시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들이 항공기에 탑승한 정확한 시간은 25일 6시가 지나서였다.

<시사위크> 취재 결과 다음날 출발 시간까지도 해당 항공기에 대한 정비가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체기 투입 확정 여부가 새벽 1시인 점을 감안하면, 화재가 발생한 여객기의 정비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기 투입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는 사고 후 대응 미숙으로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월 18일에도 오후 6시 55분 광주발 제주행 아시아나항공 OZ8147편이 운항 취소된 바 있다. 처음엔 제설문제로 비행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방송으로 안내했으나 오후 7시 30분엔 ‘안전점검 중’이라고 말을 바꿔 승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아시아나는 현재 문제가 된 A380 항공기의 운항을 정지했다. 부품 교체 및 수리는 뉴욕 현지에서 끝났지만 자체적으로 정밀 점검을 진행 중이다. 점검 후 문제가 없다고 판명이 나면 해당 항공기는 다시 아시아나 ‘인천-뉴욕’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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