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남해대교 시공을 맡고 있는 GS건설이 갑질 의혹에 휘말렸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GS건설이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문제의 현장은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제2남해대교’. 이곳에서 하도급을 맡고 있는 한 업체는 GS건설이 공사대금을 지연하는 방법으로 자사의 원천기술 제공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 ‘과업 강요’에 ‘기술탈취’까지

‘제2남해대교’ 건설현장은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가 후려치기’ ‘공사대금지연’ ‘기술탈취’ ‘과업 강요’ 등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총집결’됐다.

중소기업 ‘케이블브릿지’는 시공사인 GS건설로부터 이 같은 ‘갑질’을 당했고, 그 결과 부도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케이블브릿지에 따르면 GS건설의 갑질은 입찰 때부터 시작됐다. 까다로운 입찰 조건을 내걸고, 이를 충족시키면 추가 조건을 요구했다. 일종의 ‘희망고문’이 이어졌다.

당초 GS건설은 외국업체와의 협력을 입찰자격 조건으로 달았다. 이에 케이블브릿지는 현수교 시공 실적이 풍부한 외국업체 2개사(미국 TY-LIN, 일본 IHI)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그렇게 최적업체로 선정되면서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본 계약 체결이 다가올수록 일은 더디게 흘러갔다. 급기야 업체 선정 당일인 지난 2010년 10월7일 GS건설은 일방적으로 잠정 연기를 통보했다.

업체 선정을 차일피일 미루던 GS건설은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컨소시엄 외 또다른 업체를 포함해 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에도 케이블브릿지는 시공사 측 조건을 받아들여, 경쟁업체인 ‘ㅋ’사와 손을 잡은 끝에 본계약 목전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케이블브릿지의 지분은 곤두박칠 친 뒤였다.

입찰가도 후려쳤다고 한다. 첨단공법이 대거 적용되고, 다수 업체가 참여하는 점 등을 고려해 43억원의 견적금액을 제출했으나 GS건설은 입찰상한선을 35억으로 제한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착공 후에는 계속해서 과업을 요구했다. 특히 다른 업체에서 작성한 설계도면에서 변경 사항이 발생 할 때마다 GS건설은 케이블브릿지에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계속되는 추가 업무로 당초 투입인원의 3배에 달하는 인력이 소요됐으나, 추가 용역비용은 지급되지 않았다.

원천기술도 빼앗아갔다고 케이블브릿지 측은 주장하고 있다. GS건설은 수차례에 걸쳐 현수교 건설에 있어 핵심인 초기치해석 및 가설단계 상세해석 모델의 인풋 파일 및 원천 데이터를 요구했다. 응하지 않을 경우 기성지급을 미루는 방식으로 압박했다고 한다.

GS건설의 '갑질'로 공사가 진행 될수록 케이블브릿지의 자금사정은 악화됐다. 결국 2014년 부도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제2남해대교 하도급 업체로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케이블 교량 사업에 참여하면서 내실을 다져가던 탄탄한 회사였다.

원천기술 없으면 도태된다더니… R&D는 언제?

케이블브릿지 주장에 대해 GS건설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케이블브릿지의 케이블 시공 기술력이 제2남해대교 건설을 하는데 있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외부업체들의 참여를 요구한 것”이라며 “입찰가격 또한 입찰 참여 업체들끼리 조정해서 제시한 가격”이라고 밝혔다.

과업 업무 지시와 기술 탈취에 대해서도 “다른 회사가 설계한 일에 대해 케이블브릿지 측에 수정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공사에 필요한 기술은 GS건설 측이 제공해 왔지 케이블브릿지는 원천기술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보유하지 못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업계에선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수교 시공 경험이 전무한 GS건설이 3차원 타정식 공법 등 첨단기술이 적용된 제2남해대교 관리를 맡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기술력이 부족한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과도한 요구를 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그간 GS건설은 원천기술 확보를 강조해왔으나 실제 이행 여부는 의문이다.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은 “원천기술이 없으면 국제시장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며 기술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GS건설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용이 0.42%에 그치며 국내 15개 주요 건설사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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