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코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송창달 이사가 2007년 ‘민주화추진협의회’ 출신 인사들과 함께 국립현충원 내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가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저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격화 한 인물이 캠코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것이다. 캠코의 낙하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전문성 없고, 박정희·박근혜 찬양 일색

캠코는 1964년부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금융 공기업이다. 금융회사 부실채권의 인수·정리, 기업구조조정, 국·공유재산 관리 및 개발, 체납조세정리, 국민행복기금 관리운용, 신용회복지원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가 56.84%의 지분을 갖고 있고, 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도 각각 25.86%, 8.14%의 지분을 보유 하고 있다.

캠코 임원진에 대한 인사권은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다. 임원진은 사장과 부사장, 감사를 비롯해 5명의 상임이사와 8명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돼 있다. 비상임이사의 경우 캠코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금융위원장이 임명하고, 사장의 경우 금융위원회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임기가 끝난 김창준ㆍ이충현ㆍ김정출 비상임이사 후임으로 송창달 그린비전코리아 회장과 여해동 전 산은자산운용 사외이사, 김학자 변호사 등 3명을 선임했다. 이달 초부터 업무를 시작한 이들의 임기는 2년이다.

논란에 휩싸인 인물은 송창달 이사다. 1942년생으로 올해 75세인 그는 1960년대 6·3 학생운동 주동자로 붙잡혀 옥살이까지 한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현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으로 적을 옮기며 노선을 바꿨고, 2007년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경선 후보 캠프에서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친박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송창달 이사의 친박 경력을 대표하는 것은 바로 그의 저서다. 2011년 ‘박근혜 패러다임’, 2012년 ‘박정희 왜 위대한 대통령인가’ 등 2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눈물과 환희의 대합창’이란 부제가 붙은 ‘박근혜 패러다임’은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과 박근혜 대통령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는 “대를 이어서 이 민족에게 강인하고 아리따운, 부드러운 누이동생, 어머니 같은 지도자를 준비해 주었던가”라거나 “진주조개가 바다속에서 아픔을 품고 영롱한 보석 진주를 영글어내듯이 박근혜로 이어진 아버지 박정희의 유산은 대한민국이 웅비할 수 있는 국가적 자산일 것이다”라는 말이 나와 있다.

‘박정희 왜 위대한 대통령인가’는 이보다 한발 더 나가 박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기까지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석가ㆍ예수ㆍ공자ㆍ마호메트 등과 비교하는가 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는 이들을 성지순례에 나선 기독교인 혹은 불교신자에 빗대기도 한다.

무엇보다 송창달 이사는 캠코 비상임이사를 맡을 만한 전문성과 경력을 지녔다고 보기 힘들다.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서 빠져나갈 틈이 없는 이유다.

▲ 송창달 이사가 쓴 두 권의 저서다. <시사위크>
◇ “아버지 찬양하면 한자리?” 거센 비판

캠코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낙하산 인사가 캠코로 내려오는 것은 물론, 캠코 출신 인물이 다른 곳에 낙하산으로 투입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낙하산의 징검다리이자 연결고리인 셈이다.

고질적인 낙하산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되자 정치권에서도 강한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캠코 이사는 국민들의 부채를 관리하고, 금융 건전성 향상을 위해 전문적 경험과 식견을 가진 인물을 등용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하지만 이번 인사는 대통령의 아버지를 찬양하면 한자리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나쁜 사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강선우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살아있는 권력에 편승하며 살아온 송창달 이사의 ‘오락가락’ 이력 어디에도 캠코나 경제, 금융 관련 이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저서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아리따운, 부드러운 누이동생’이라고 표현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은밀한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 같아 낯 뜨겁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공기업·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에 대해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의지를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공연하게 낙하산을 내려보내고 있다”며 “공사의 이사직은 특권 중에 특권이다. 박근헤 대통령과 그의 아버지에 대한 원색적 찬양이 너무나 고마워 인사를 통해 보은으로 그 특권을 쥐어주는 자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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