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잇따라 만찬 회동을 가지며 물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물밑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20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개인적인 일정만 소화하던 그가 잇따라 만찬 회동을 갖고 있다. 오는 14일에도 만찬 회동이 예정돼 있다. 구체적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참석 인원의 규모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이날 김무성 전 대표의 초대를 받은 인사들이 무려 500여명에 달한다. 일종의 세 과시다. 아울러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비박계의 세 결집으로 해석될 만하다. 김무성 전 대표의 ‘식사정치’는 빛을 발할 수 있을까.

◇ 전국에서 500명 집결… “미안한 마음에 마련한 식사 대접”

김무성 전 대표의 만찬 회동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5월31일이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같은 당 소속의 서울지역 재선 의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김성태·박인숙·이종구·정양석 의원이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도 자리했다. 이들은 모두 ‘친목 모임’으로 입을 모을 만큼 김무성 전 대표의 가까운 사이다. 때문일까. 이날 회동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당 대표를 하면서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뜻대로 안됐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무성 전 대표는 지역구인 부산에서 다시 한 번 만찬 회동을 계획했다. 이번엔 야당 의원들도 초대했다. 부산 발전을 위해 정당 구분 없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에서다. 김무성 전 대표의 주도하에 마련된 여야 의원들의 만찬은 지난 7월1일 부산 서면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이날 새누리당의 김세연 부산시당 위원장, 윤상직·이헌승·장제원·하태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김영춘 부산시당 위원장, 김해영·박재호·최인호 의원이 참석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전 대표의 만찬 회동은 계속 됐다. 전국에서 찾아올 5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일 대형 행사를 준비 중인 것. 기존의 회동과는 규모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치적 의미를 찾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8·9 전당대회를 앞둔 비박계 당권·최고위원 주자들을 위한 응원이라는 것. 김무성 전 대표의 세 과시로 비박계 주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경제 공부에 열심이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강연과 포럼 등에 참석해 ‘제3의 길’과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뉴시스>
실제 비박계 당권주자인 5선의 정병국 의원과 3선의 김용태 의원은 전대 출마를 결심하기 전 김무성 전 대표와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강석호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했다”면서 “당·청 관계를 개선하고,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무성 전 대표가 서울지역 재선 의원들과 함께 한 만찬 회동에서 토로한 부분이기도 하다.

◇ ‘낭인’ 김무성, 제3의 길·동반성장 관심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들은 정치적 의미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만찬 회동은 친목 도모 차원이라는 것. 특히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오는 14일 만찬 회동의 경우 “그동안 김무성 전 대표를 도왔던 분들께 식사를 대접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무성 전 대표가 그간 제대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데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 따라서 측근들은 대권 행보로 해석되는데 부담을 나타냈다. 도리어 김성태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근황에 대해 “낭인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측근들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전 대표의 대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는데 당내 이견이 없다. 공식적인 싱크탱크가 없는 그는 국회에서 열린 경제 강연에 잇따라 참석하며 ‘제3의 길’에 대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지난달 28일 여야 의원 모임인 ‘한국적 제3의 길’의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초청 강연을 청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양극화 해소, 일자리 해결 등 경제 이슈를 중도정책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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