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출입은행이 카드사가 제공하는 무상 해외여행에 직원을 보낸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수출입은행>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교육부 간부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공직사회가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수출입은행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법인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해외여행 행사에 자사 직원을 보내 온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된 것이다.  

◇ 카드사 협찬으로 6명 해외여행

13일 감사원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관 일부 직원들은 법인카드사에서 제안한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매년 카드사들은 사용 금액이 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담당 직원을 해외에 보내주는 행사를 실시해 오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해외여행 대상자로 선정된 6명의 직원을 필리핀, 동유럽, 태국, 터키 등에 보냈다.

언뜻 카드사가 경비를 전액 부담한다는 점에서 이 행사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공공기관 규정 위배다. 수출입은행 상부기관인 기획재정부는 산하기관들이 마일리지 등 법인카드 사용에서 오는 과실금을 직원 개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나랏돈으로 만든 법인카드 마일리지는 국고에 귀속시키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현행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에는 이들 기관의 법인카드 사용에 따른 과실금은 기관 자체수입으로 환원하도록 명시돼 있다. 법인카드 실적에 따라 카드사에서 해외여행을 제안 받은 경우라도,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카드사와 협의해 해외여행 경비에 걸맞는 수준으로 적립금 전환을 하고, 이를 수입 처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감사원의 지적에 수출입은행은 반론을 제기하다 도리어 빈축만 샀다. 수출입은행은 직원을 무상으로 해외여행 보낸 건 ‘임직원 행동강령’에서 보장하는 ‘공식적인 행사 또는 업무협의와 관련해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과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해외여행 일정과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바, 업무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입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사회 환원은 뒷전, 제 식구 먼저 챙기기

최근 몇몇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법인카드 과실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의 ‘제 식구 챙기기’는 문제가 크다.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교통안전공단은 연간 500만원 수준의 해외여행 비용을 적립금으로 전환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 역시 무상 해외여행 대신, 이를 대체하는 상품권 카드를 수령해 기관 예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을 받아들여 올해부터 카드사가 제안하는 해외여행 행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마일리지를 포함한 법인카드 사용에서 나오는 인센티브는 예산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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