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원1리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마을회관에 걸려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형 걸개 사진을 뜯어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호재도 악재도 다 묻혔다.”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한 사드배치 이슈를 두고 관계자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다. 실제 사드는 정치·경제·외교·안보 등 전 분야에 걸쳐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사드배치 한 수로 완전히 국면전환이 된 셈이다.

일단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안보’의제가 전면에 오른 것이 정치적으로 나쁘지는 않다. 북한관련 이슈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층 등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결집되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었던 언론장악 의혹, 신공항 무산, 세월호 특조위 연장, 서별관 회의 청문회 등의 의제가 뒤로 밀려난 것은 긍정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사드 배치를 박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 안보이슈로 국면전환은 성공했는데…

그 과정에서 호재도 함께 묻힌 것은 ‘양날의 칼’이다. 먼저 브렉시트와 경제위기를 지렛대 삼아 실행하려던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노동4법 개정이 동력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무엇보다 사드배치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점은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사드예정지로 확정된 경북성주 군민들이 반발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신공항 무산으로 TK민심이 곱지 않은데 사드까지 배치되자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는 전언이다. 새누리당 소속 TK지역 의원 20명이 단체로 “사드예정지 선정기준과 그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정부에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민심과 무관치 않다.  

“졸속으로 결정됐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게 부담이다. 현재 야권은 이번 사드결정이 외교부와 국방부 등 유관부서의 의사결정과정을 무시한 채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사드공식화 발표시각에 백화점에서 옷 수선을 했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근거다.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시점에 외교수장이 사소한 일로 자리를 비운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더민주는 “이런 발상과 행태가 바로 레임덕”이라고 지적했다.

◇ ‘정치적 승부수’의 역풍은 레임덕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경제보복은 재계마저 걱정할 정도다. 물론 “경제보복은 없을 것”이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호언장담이 있었으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만약 중국의 경제보복조치로 우리 경제사정이 악화된다면, 이는 정권에 재앙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외교·안보는 잘한다’는 긍정평가 이유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찬성한다는 견해가 반대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과반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데이터=리얼미터>
이를 두고 일부 정치권 전문가들은 김영삼 정권의 ‘노동법 날치기 처리’, 노무현 정권의 ‘대연정’,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강정마을 사태’ 등과 비교하기도 했다. 레임덕을 막고 정국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였으나 오히려 레임덕을 촉진했던 대표적 사례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대통령이 국군최고통수권자로서 결단을 내렸고, 안보라는 측면에서 더민주도 강하게 반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재 국면에서는 국정운영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새누리당 텃밭인 TK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단순 정치적 액션이 아닐 수 있고, 성주군민들의 반발도 심하다. 과거 강정마을 사태처럼 남남갈등만 유발한 채 지지부진하게 진행된다면 레임덕을 부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사드배치에 대한 여론동향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드배치 찬성여론(44.2%)이 반대여론(38.6%) 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주목되는 것은 동시에 실시한 같은 여론조사에서, ‘사드배치 국회동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51.1%)는 의견이 ‘불필요 하다’(34%)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사드배치는 찬성하지만, 국민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전국 유권자 547명을 대상. 무선(67%)·유선(33%) RDD ARS 및 스마트폰앱 조사. 응답률 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2%p. 인구통계에 따른 가중치 부여 통계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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