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배터리 관련 부품 제조업체 세방산업이 6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많은 1군 발암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한 업체에서 1급 발암물질이 연간 수백톤씩 배출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만 294톤. 대기 중 발암물질의 농도도 전국 평균의 240배에 달했다. 이 업체는 법적 기준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 20여년간 발암물질을 대기 중에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배터리 부품 제조회사인 ‘세방산업㈜’이다. 회사 측은 저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환경단체를 비롯해 주민들이 "근본대책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광주시 ‘발암물질’ 파문… 주민 불안 가중

발단은 지난 7일 환경부가 2014년 화학물질배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환경부 조사 결과 광주광역시 소재 세방산업이 국제 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물질 ‘TCE(트리클로로에틸렌)’ 배출량이 294톤(연간 기준)으로 전국에서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기중 TCE 농도는 0.0311ppm으로, 전국평균(0.00013)의 240배에 달했다.

특히 광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세방산업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TCE 1568톤을 대기 중으로 배출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배출량이다.

차량 배터리용 격리판 세척·건조 과정에 사용되는 TCE는 신경·호흡·피부독성이 있는 유독물질로, 간암과 폐암을 유발하며 흡입했을 때 간이나 신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1군 발암물질 118종의 하나로 분류돼 있다.

▲ 지난 18일 오전 11시 광주시청 앞에서 세방산업 발암물질 배출 관련, 광주시민 및 환경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광주환경운동연합>
하지만 현행 환경관련 법규에 TCE 배출 허용 기준은 없다. 지난 2014년 국제암연구소가 TCE를 1급 발암물질로 상향 조정하고 나서야 환경부는 배출기준(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마련했다. 그나마 내년까지 적용을 유예해줬다. 세방산업이 지난 20여년 동안 1급 발암물질을 대기 중에 무방비로 배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회사 측은 일단 대국민 사과를 하고, TCE 저감 대책을 발표했다. 2017년 3월까지 별도의 시설 보완을 강구해 2014년 대비 TCE 배출량을 60% 이상 감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 TCE 관련법이 2017년부터 적용되지만, 그 이전부터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오후 5시부터 19일 현재까지 조업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성난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관련 법규가 없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지역민을 위험에 노출시킨 세방기업의 기업윤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당장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공정에 대한 철저한 유해성 검증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광주시 입장에선 조업 중단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문제가 된 TCE 성분이 포함된 폴리에틸렌 배터리 격리판 세척제를 대체할 제품도 당장 찾기가 불가능하다.

▲ 세방그룹 비상대책위원회 이용준 위원장과 세방산업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시스>
세방사업 측은 이번 주중으로 공장가동을 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조 라인이 이번 주까지 가동되지 않으면,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뿐 아니라 완성차업계까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환경단체는 ‘저감 대책과 시민 안전이 공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접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광주시 발암물질 사건의 1차적 책임은 배출허용 기준을 이유로 그동안 무책임하게 TCE를 배출해 온 기업에 있다”며 “하지만 수년간 TCE 배출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지자체와, 이를 수년째 방관한 환경부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일단 시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각계각층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1년 설립된 세방산업은 연축전지 부품 제조회사다. 연축전지의 주요 부품인 PE격리판 및 배터리 케이스를 계열사인 세방전지를 비롯해 전 세계 배터리 제조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110여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자본금은 21억원, 연간 매출액은 741억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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