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성우 김자연씨가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김자연씨 트위터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넥슨 게임 ‘클로저스’에서 성우 김자연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넥슨은 지난 19일 ‘클로저스’ 새 캐릭터 ‘티나’ 목소리 더빙을 맡은 김자연씨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업데이트를 불과 이틀 남겨두고 녹음작업까지 끝낸 상태에서 왜 김씨의 목소리는 지워져야 했을까.

◇ 메갈리아 티셔츠 입은 죄?

논란의 발단은 김자연씨의 SNS였다. 김씨는 지난 18일 본인의 트위터에 한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티셔츠는 페미니즘 페이스북 페이지로 유명한 ‘메갈리아4(이하 메갈리아)’에서 소송 자금 모금 사업을 위해 판매하는 굿즈다. 김씨가 해당 프로젝트에 후원하고 받은 티셔츠에는 ‘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반-성차별 지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해당 글을 본 일부 누리꾼들이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김씨는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을 지지한다”며 “선택이 잘못됐다면 책임을 지면 될 일”이라고 대응했다.

일부 유저들이 반발해 넥슨에 성우 교체를 요청하고 나서자 넥슨은 하루 만에 이를 받아들였다. 넥슨은 19일 자사 홈페이지에 성우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넥슨에 따르면 새로운 성우와 계약을 맺고 녹음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성우 교체가 결정되자 온라인에는 날선 반응이 오가고 있다. 페미니즘을 말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커리어에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메갈리아 측은 “여성이 본인의 목소리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만으로 여성은 폭력과 부당함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 한다”며 “부당한 결정을 내린 넥슨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본인의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제 섣부른 행동으로 제작사 나덕게임즈와 배급사인 넥슨에 큰 상처를 드렸다”며 “지난달 녹음을 마쳤고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며 더 이상의 오해와 비난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성희롱 성우 교체는 ‘늑장 대응’

넥슨은 과거에도 성우 교체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2’를 첫 출시하면서 성우 임하진씨를 주요 캐릭터의 성우로 기용했다. 임씨는 지난 2012년 게임 ‘덴더라이언’의 미성년자 유저들에게 접근해 성희롱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결국 성우협회에서 정회원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고 작품에서 하차하는 등 징계를 받았다.

당시 넥슨은 성우의 과거 문제 이력조차 파악하지 않고 임씨를 기용했다. 또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한참 있다가 교체 조치했다. 이번에 여성 커뮤니티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전격 교체를 단행한 것과 비교된다.

넥슨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2와 이번 성우 교체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해당 성우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넥슨은 중립적 시각에서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트위터에는 ‘#넥슨_보이콧’ ‘#김자연 성우를_지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리며 넥슨 탈퇴 인증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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