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를 둘러싼 3대 악재에 대해 '국정 흔들기'로 규정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를 둘러싼 3대 의혹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 흔들기’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한편,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민정수석도 유임할 것이 예상된다.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셈이다.

21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공격 압박 속에서도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사드를 취소하라는 주장이 있다.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부디 제시해 달라”며 사드배치가 유일한 해법임을 역설했다.

◇ 사드 ‘강행’, 우병우 ‘재신임’, 공천개입 ‘선긋기’

이어 박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해 우리가 분열하고, 사회 혼란이 가중된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원하는 장으로 가는 것”이라며 “모든 문제에 불순 세력들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안정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각종 의혹들을 ‘국정 흔들기’로 규정한 뒤,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라”고 당부했다.

이날 발언을 통해 전해진 박 대통령의 뜻은 분명했다. 사드 반대나 친박계 공천개입 논란은 ‘정치공세’이며 여기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정치공세나 국정 흔들기는 자제돼야 한다고 본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우 수석은 처가 부동산 매매에 관여한 의혹, 의경에 지원한 아들의 꽃보직 특혜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일부에서도 우 수석의 자진사퇴에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이 ‘신임’의 의미로 풀이되면서 우 수석의 유임이 예상된다. 우 수석 역시 “정무적으로 책임질 생각 없다. 앞으로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 정면돌파 승부수, 보수의 주도세력 교체 막아낼까

▲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 친박계 공천개입 논란, 성주 등 TK 지지층 이탈 등 3대 악재가 보수의 주도세력 교체의 흐름이라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박 대통령의 정면돌파형 ‘승부수’는 처음이 아니다. 정권의 위기 때마다 박 대통령은 후퇴보다는 더욱 전진하는 선택을 해왔다.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이나 ‘문고리 권력’ 논란에도 박 대통령은 인사교체를 거부, 논란을 일축한 전례가 있다. 국회법 파동 등으로 레임덕 위기가 발생하자 과감하게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낸 것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만 이번 정면돌파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와 달리 현재 박근혜 정부는 임기 4년차로 레임덕 시기에 접어들었다. 청와대가 여의도 정치권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사정라인의 정점에 있는 우 수석이 논란의 핵심에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의 말처럼 청와대 민정수석은 권력기관의 모든 정보를 받는 중요한 위치다. 그런데 논란을 잠재워야할 ‘사정’ 컨트롤 타워가 몸통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여권에서 조차 우 수석에 대한 반발기류가 작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우병우 사단의 저인망식 수사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많다. 그렇게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면서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불만들이 많이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우 수석을 돕겠다고 나서는 의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청와대를 둘러싼 3대 악재의 근본이 보수의 주도세력 교체를 위한 ‘내부투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 윤상현·최경환 의원의 공천개입 녹취록이나 우 수석 의혹은 야권이 아닌 보수언론에서 시작됐다. 친박계를 가장 맹렬히 비판하는 것도 보수언론들과 비박계 당권주자들이다. 사드반대 역시 새누리당의 최대텃밭인 TK지역에서 가장 강렬하다. 만약 이 같은 흐름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보수의 주도세력 교체로 이어진다면, 박근혜 정부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일간지의 고참기자는 “보수언론이 정권에 돌아서고, 청와대가 여당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면 레임덕은 그야말로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며 “과거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교체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다음 정권을 건 보수 내부의 주도권 전쟁이라면 논란이 줄어들기 보다는 사생결단식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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