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와 관련 사실상 재신임 입장을 전했다. 그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우병우 감싸기’ 논란은 여전하다. 진경준 검사장의 부실검증 책임론에 이어 처가의 부동산 매매 의혹 등 언론에서 각종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지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교체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는 우병우 수석의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과 ‘허위보도’로 판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길 바란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우병우 수석의 ‘재신임’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습으로 능력 인정받아

청와대 안팎에선 우병우 수석의 재신임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탁 당시에도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즉 ‘박심’이 작용된 것으로 알려진 데다 발탁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2014년 5월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선임된 배경은 뚜렷하지 않지만, 8개월여 만에 민정수석으로 수직 승진한데 대한 계기점은 분명하다. 바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다.

당시 ‘왕실장’으로 불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우병우 수석의 사건 수습 과정을 지켜본 뒤 “업무 역량을 높이 산다”고 치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뒷말도 나왔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성 사퇴 파문이 그 실례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사건 대책 마련을 위해 우병우 수석과 소통하면서 정작 김영한 전 수석이 업무에 배제됐다는 것. 결국 김영한 전 수석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지시를 거부하고 사퇴를 택했다.

이후 우병우 수석은 정치권과 검찰의 예상을 깨고 현 자리에 올랐다. 당초 검찰 측에선 검찰총장과 기수가 같거나 높은 인사가 발탁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업무 협의 과정에서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서열 정리다. 당시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과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각각 사법연수원 13기, 14기인 만큼 14기 뒤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19기 우병우 수석이었다. 그의 승진으로 16기·17기 검사장 7명이 옷을 벗었다.

▲ 우병우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멘토 그룹 ‘7인회’ 멤버이자 한때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물론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관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때문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재 전 검찰총장을 민정특보로 임명했다.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우병우 수석의 고향(경북 영주) 직계 선배인데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인물이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우병우 수석에게 이명재 특보는 후광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떠나기 전 우병우 수석을 배려한 조치로 해석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멘토 그룹 ‘7인회’의 멤버다.

◇ ‘왕실장’ 김기춘의 총애와 ‘문고리 권력’의 친분

우병우 수석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총애를 받으면서 ‘리틀 김기춘’으로 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짧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 처음 만났다는 것. 성격이 비슷해 빨리 친해졌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주장이다. 실제 우병우 수석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견줄 만큼 특유의 조직 장악력을 보였다. 민정수석에 취임하자마자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을 모두 불러 “나하고 생사를 같이할 사람은 남고, 그러지 않을 사람은 떠나라. 원하는 곳이 어디든 자리를 옮겨주겠다”고 말하며 내부전열을 정비했다.

뿐만 아니다. 우병우 수석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인방과의 관계에 따라 수석의 재임 기간은 물론 실세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이들의 입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수석은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전임 3명이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진한 것과 달리 1년6개월째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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