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다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원내·외 인사들의 불출마 이유. 순서는 불출마 선언 순. <시사위크>

[시사위크=은진 기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당초 당권주자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속속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홍문종·김문수·나경원·정청래·이재명 등이 모두 전당대회 흥행카드로 거론돼왔던 만큼 이들의 불출마 선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27일 전대 불출마를 발표하면서 “백의종군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홍 의원은 “출마 51%, 불출마 49%”라며 “집이 어려우니까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뉴시스와의 통화에서는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데다 ‘공천 녹취록’ 파문이 일면서 이번 전대가 친박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역시 막판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다 불출마를 결심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출마 기자회견문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박·비박계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자 출마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김 전 지사가 새누리당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만큼 전대 출마가 그의 대권가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도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 중 하나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청래 더민주 전 의원의 불출마 이면에도 ‘정치적 존재감 높이기’ 전략이 숨어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시장은 불출마 입장을 발표하면서 “더 크고 튼튼한 그물을 짜기 위해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전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문에서 “당 대표 보다 정권교체가 백만 배 더 하고 싶어졌다”며 “더 낮은 곳에서 그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의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 시장은 전대 불출마로 오히려 자신의 정치 보폭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이 시장이 여론조사 상 압도적으로 1위를 달렸는데 포기한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 시장이 정치적인 식견이 더 높다고 판단할 것 아니겠느냐”면서 “정치적으로 자신이 취할 것은 다 취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 역시 지난 20대 총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를 수용한 후 ‘더컸유세단’ 활동으로 야권 지지자들을 더민주로 끌어 모았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 대표 경선에서 낙선하게 되면 정치적 재기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평당원으로서 존재감을 서서히 키워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름전대 변수로 거론되던 이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에 대해 “아무래도 낙선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컸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변죽만 울리고 빠진 꼴"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출마할 것처럼 여론을 떠 보다 여의치 않으니 슬그머니 불출마선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출마의지가 없으면서 '정치적 주가'만 한껏 올린 뒤 꼬리를 내리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식'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실 굵직한 인물들이 출마의사를 타진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한결같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론을 떠보며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 정치인 스스로 의지를 갖고 출마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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