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인터파크 개인정보 1030만건을 유출한 해커는 비트코인 30억원을 요구했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인터파크 고객 1030만명의 정보가 해킹된 것과 관련해 경찰은 28일 북한 소행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번 사건에 사용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등을 볼 때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들의 소행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기관도 아닌 민간기업을 해킹할 필요가 있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북한이 범죄적 외화벌이에까지 해킹 기술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누구 소행이냐를 떠나 인터파크 해킹 사건을 계기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비트코인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파크 고객정보 1030만건을 빼간 해커는 ‘비트코인’ 30억원을 요구했다. 금품이 아닌 사이버머니를 달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일반 은행계좌에 비해 흔적이 잘 남지 않고 해외에서 현금으로 바꾸기도 쉬워 범죄 통화로 이용된다고 한다.

◇ 계좌는 있는데 주인은 없다?

비트코인은 온라인 가상화폐다.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은 없지만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카카오 ‘초코’와 같은 사이버머니 개념으로, 일종의 ‘코드’다. 그러나 일반적인 온라인 가상화폐 서비스와 달리 발행주체가 없어 국가관리 망에서 벗어나 있다.

주인도, 은행도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어디에 있을까. P2P방식으로 작동하는 비트코인은 이용자의 PC에 각각 분산돼 있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모두가 주인이고 이용자 앞의 컴퓨터가 작은 은행이 된다. 전 세계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계좌를 마음껏 개설할 수 있는 셈이다.

해커들은 바로 이 점을 공략한다. 비트코인은 계좌 신설 시 이용자의 개인 식별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은행 창구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신분증과 도장 등을 내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도 필요하지 않고 실명도 없는 완벽한 익명 거래가 보장된다.

불규칙적인 숫자와 알파벳 대소문자로 이루어진 일련의 코드번호가 내 계좌번호가 되고, 거래정보는 찍히지만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비트코인이 불법적인 거래의 온상으로 꼽히는 이유다. 금융 기관개입이 없기 때문에 범죄 행각을 노출시키지 않고도 돈을 송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현금화하기 위해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에만 유일하게 신분 노출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시스템 자체가 중앙은행이나 사법당국의 개입에서 완전히 벗어나있고 돈의 출처도 명확히 밝혀내기 힘들어 제재 수단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파크 해킹이 북한 소행이라면 이런 점을 노려 외화벌이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 검은돈 세탁에 랜섬웨어 자금줄까지

비트코인 활용 범죄는 이뿐만이 아니다.

비트코인의 자금 출처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이용해 돈 세탁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강원 원주경찰서는 허위페이지를 만들어 230억원을 가로챈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검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구입하고 되파는 수법을 사용했다. 인터넷에는 비트코인 세탁을 돕는 브로커 알선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비트코인이 검은돈 세탁에 악용되고 있었다.

사이버 인질극인 ‘랜섬웨어’가 기승을 부리면서 유포자가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식이다.

지난 17일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는 랜섬웨어 감염 피해가 지난해 5만3000명, 109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센터는 이 중 약 30억원이 비트코인 계좌를 통해 해커에게 지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는 더 심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랜섬웨어 감염자는 15만명, 피해금은 3000억원이다. 이 중 비트코인으로 지급된 금액은 100억원에 이른다.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 관계자는 “랜섬웨어 공격자들은 100%가 비트코인을 원한다”며 “비트코인을 출금하면 나라까지는 알 수 있지만 계좌정보나 출금인 정보는 전혀 알 수 없어 정부 차원에서의 피해금액 보상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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