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가 힘을 실어 줄 후보군으로는 이정현 의원과 이주영 의원으로 압축되고 있다. 친박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서청원 의원의 불출마로 친박이라고 할만한 후보는 이들 두 명이기 때문이다. 한선교 의원의 경우, 친박으로 통하지만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다.

◇ 친박계의 차기대선 서진전략 일환?

친박계가 어느 후보를 지원할 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설’만 난무할 뿐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다. 서청원 의원과 가까운 한 새누리당 도당위원장은 “아직까지 어떤 이야기도 들리는 게 없다. 조금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의 표심이 이정현 의원에게 갈 것이라는 관측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동서 지역구도 타파라는 시대정신과 명분이 있고, 친박핵심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충성심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몇몇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의원이 지지율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도 설득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비박계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정현 후보의 강점은 인지도와 지지율이고 약점은 빈약한 당내 조직”이라며 “당내 조직이 탄탄한 친박계가 이정현 후보를 조직적으로 밀 경우, 예상외의 강한 시너지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실제 <중앙일보>가 당권주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물었더니, 전체 6명의 후보 중 4명이 이정현 의원을 꼽기도 했다. 이정현 의원을 라이벌로 꼽지 않은 후보는 친박표심을 놓고 경쟁 중인 이주영 의원과 이정현 의원 본인이었다.

무엇보다 호남출신인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친박계가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는 분석도 주목된다.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차기 대선주자로 밀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치권에서 친박계 정권재창출 전략으로 ‘충청-TK 지역연합’을 거론하는 것도 무관치 않다. 여기에 호남이 더해질 경우, 트라이앵글 지역연합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권이 전략적 차원에서 영남출신 정치인을 키우고 대선후보로 미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당대표 당선여부와 상관없이 새누리당의 호남공략 차원에서 이 의원은 적극적으로 대선에 참여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당대표로 대선을 뛰는 것과 일개 대선캠프 관계자로 뛰는 것은 그 무게감이나 파괴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의원 역시 이 같은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상황이다. 29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연 그는 “당대표가 되면 우리 당의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시키겠다”면서 “호남 출신이 보수정당의 당대표가 된다는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제가 당대표 후보등록을 하는 것 자체가 정치혁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박계가 이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에 고개를 갸웃하는 시각도 있다. 이 의원이 호남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친박계가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것.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당원들의 바닥민심은 지역을 먼저 생각하고,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며 “친박계의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호남출신인 이 의원의 표 확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