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독립해 나온 정몽혁 현대종합상사의 홀로서기가 만만치 않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최근 현대중공업이 현대종합상사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지급 청구 중재 신청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현대종합상사가 약 424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상사중재원의 판단이다.

이로써 현대종합상사는 3803만달러와 함께 이에 대한 이자를 현대중공업에 지급해야 한다. 이자는 지난 5월 5일부터 대금을 모두 갚는 날까지 연6%의 비율로 적용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를 통해 변압기와 고압 차단기 등을 러시아에 수출했지만, 러시아 루블화 폭락 등으로 인해 물품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했다. 이에 930억원 상당의 물품대금 지급 청구 중재 신청을 냈고, 대한상사중재원은 러시아 루블화 폭락 등의 사정을 고려해 현대종합상사의 책임을 산정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그룹 울타리 안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사정이 나빠진 현대중공업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실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몽혁 회장은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분리를 최종 승인함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독립한 정몽혁 회장이다.

정몽혁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이자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한 고(故) 정신영 씨의 아들이다. 2살에 불과했던 1962년 아버지가 독일 유학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때문에 ‘비운의 황태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친척들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다. 여기엔 고 정주영 창업주가 고 정신영 씨를 특별히 아꼈다는 점이 적잖이 작용했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뒤 30대의 나이에 현대정유와 현대석유화학 대표를 맡았던 그는 외환위기 당시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에도 현대가(家) 방계계열사에 납품하는 조명회사를 설립하고,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 대표를 맡는 등 친척들의 도움을 받았다. 2009년 현대종합상사 회장에 오를 때에도 사촌지간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도움이 컸다.

이처럼 친척들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은 끝에 이제 홀로서기에 나선 정몽혁 회장. 하지만 수백억대 물품대금 지급 소송에서 패소하며 만만치 않은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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