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우조선해양 남상태(왼쪽) 전 사장과 정성립 사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성립 사장의 대우조선해양이 중대 기로에 섰다.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에 쌓인 부실과 비리를 털어내는데 주력했던 그가 ‘회계사기’와 관련해 검찰의 정조준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CFO(최고재무책임자) 김열중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대우조선해양이 12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축소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이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회계조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열중 부사장의 사법처리 수위는 이번주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뒤이어 전직 경영진 및 관계자, 임직원들의 비리가 쏟아져 나왔다. 남상태, 고재호 두 전임 사장은 모두 구속된 상태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큰 위기다. 현직 경영진, 특히 정성립 사장 시기에 발생한 비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 백척간두의 위기, 정성립 사장은 어디로

“회사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구성원 모두가 오늘을 계기로 회사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와 사즉생의 마음으로 변화에 나선다면 우리의 미래는 바뀔 것이다. 지극한 정성을 쏟는 사람만이 나 자신과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정성립 사장이 지난달 ‘8대 쇄신플랜’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대우조선해양을 수렁에 빠뜨린 비리행위를 근절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조된 것이 비리 근절이다. 정성립 사장은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하며 비리행위 확인 시 일벌백계 원칙을 적용하고, 윤리쇄신위원회를 통해 선제적 자정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회계부정 의혹으로 정성립 사장이 위기에 처했다. <뉴시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난 현직 경영진의 회계부정 정황은 정성립 사장이 강조한 쇄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단절’을 외친 과거를 답습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성립 사장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한 차례 지낸 바 있다. 지난해 돌아와서는 즉각 회사의 감춰진 부실과 비리를 들춰냈다. 누구보다 대우조선해양을 잘 아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전임 경영진의 회계부정을 밝혀내고,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김열중 부사장은 정성립 사장이 취임하기 두 달여 전에 CFO로 선임돼, 그와 함께 과거 분식회계를 밝혀낸 인물이다. 만약 이번 회계부정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성립 사장이 책임을 피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대우조선해양 전 경영진과 관계자 뿐 아니라, 산업은행 관계자들도 줄줄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우조선해양 관련 비리가 터지고 있다. 자금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까지 닿아 있는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바쁘다. 휴가를 마친 뒤 구조조정 및 임단협 등을 놓고 노조와 힘겨루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2분기 실적은 부정적인 전망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정성립 사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지만, 그마저 회계부정 의혹으로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대우조선해양이 단순한 위기를 넘어 존립 위기에 놓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정성립 사장이 물러난 지 1년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김열중 부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정성립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내외부를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성립 사장은 자신이 강조한 ‘일벌백계’의 당사자가 되느냐, ‘과거와의 단절’에 성공한 CEO가 되느냐 사이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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