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 속 배낭민심투어 진행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결과는 7대 3이었다. 친박계 당대표 후보로 분류됐던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후보의 표를 모두 합치면 7만6792표였다. 반면 비주류 단일후보로 나섰던 주호영 후보의 표는 3만1846표에 그쳤다. 최고위원도 친박계 후보가 3명이 당선됐고, 비주류는 강석호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됐을 뿐이다. 즉 비주류의 완벽한 패배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김무성 전 대표다. 김용태, 정병국, 주호영 후보의 단일화를 이끌어 내며 비주류를 지원했던 이가 다름 아닌 김무성 전 대표기 때문이다. 그의 적극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의 표는 많지 않았다. 김 전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친박계를 넘지 못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다.

◇ 김무성이 잃은 것, 부족한 당내 장악력 확인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친박이 셋이고 비박이 하나였는데, 셋임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이 주장했던 비박계를 통해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았다”며 “대권주자라고 생각하는 그분들이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방문해 방명록 작성하는 김무성 전 대표 <뉴시스>
일각에서는 ‘분당’ 이야기까지 나왔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전 대표 입장에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시작하는 이른바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현실화다.

전당대회 인사말에 나선 정진석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은 두 차례 정권을 내주고, 천막당사의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헤어지거나 이별하지 않았다. 창당과 분당을 밥 먹듯 하는 야당과 달리 우리는 하나였고 앞으로도 하나”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다만 현재까지 분당설은 일종의 소설일 뿐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결과에 승복”하기로 공언한 마당에 분당이나 탈당의 명분이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 당내 ‘민주화 세력’ 수장 타이틀과 이름값 재확인은 수확물

그렇다고 김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내 ‘민주화 세력’의 대표로서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당대회 인사말에 나선 김희옥 비대위원장이나 정진석 원내대표, 지상욱 대변인까지도 새누리당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는 점도 누차 강조됐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직계인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받치는 양익 중 하나인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김무성이라는 ‘브랜드’를 재확인했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7.4 전당대회 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더 강했음에도 김무성 대표가 당선됐다. 이는 김무성이라는 이름값이 당내에서 결코 작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김 전 대표가 상처를 입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리더십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김 전 대표는 전남 목포 삼학도에 위치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했다. 방명록에는 ‘지금 대한민국에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지도력이 필요합니다’라고 기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 세력의 양대산맥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힌 그는 “신임 이정현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고 당이 화합하는데 노력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 새 지도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당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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