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김무성 전 대표다. 김용태, 정병국, 주호영 후보의 단일화를 이끌어 내며 비주류를 지원했던 이가 다름 아닌 김무성 전 대표기 때문이다. 그의 적극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의 표는 많지 않았다. 김 전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친박계를 넘지 못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다.
◇ 김무성이 잃은 것, 부족한 당내 장악력 확인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친박이 셋이고 비박이 하나였는데, 셋임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이 주장했던 비박계를 통해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았다”며 “대권주자라고 생각하는 그분들이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분당’ 이야기까지 나왔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김 전 대표 입장에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시작하는 이른바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현실화다.
전당대회 인사말에 나선 정진석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은 두 차례 정권을 내주고, 천막당사의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헤어지거나 이별하지 않았다. 창당과 분당을 밥 먹듯 하는 야당과 달리 우리는 하나였고 앞으로도 하나”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다만 현재까지 분당설은 일종의 소설일 뿐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결과에 승복”하기로 공언한 마당에 분당이나 탈당의 명분이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 당내 ‘민주화 세력’ 수장 타이틀과 이름값 재확인은 수확물
그렇다고 김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내 ‘민주화 세력’의 대표로서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당대회 인사말에 나선 김희옥 비대위원장이나 정진석 원내대표, 지상욱 대변인까지도 새누리당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는 점도 누차 강조됐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직계인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을 받치는 양익 중 하나인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김무성이라는 ‘브랜드’를 재확인했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7.4 전당대회 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더 강했음에도 김무성 대표가 당선됐다. 이는 김무성이라는 이름값이 당내에서 결코 작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김 전 대표가 상처를 입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리더십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김 전 대표는 전남 목포 삼학도에 위치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했다. 방명록에는 ‘지금 대한민국에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지도력이 필요합니다’라고 기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 세력의 양대산맥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힌 그는 “신임 이정현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고 당이 화합하는데 노력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 새 지도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당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