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주 넥슨 회장(좌)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우).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서울대 동문에 절친이자 게임업계 경쟁자였던 김정주 NCX 회장(48)과 김택진 NC소프트 사장(49)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사업적으로 결별한 이후 한 이는 불법 뇌물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는 반면, 다른 이는 사업적으로 순항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 서울대 동문에서 사업 동료로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사장은 비슷한 시기에 서울대 공대를 다니며 서로 호형호제하는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게임벤처 창업을 통해 자수성가형 부호에 올랐다. 사업스타일은 다르다. 김정주 회장이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M&A 등을 통해 사업을 키웠다면,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 등 대작게임 개발에 직접 참가했다.

그런 이들이 사업적으로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진 건 지난 2012년부터였다. 대표들 간의 개인적인 합의로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로, 각종 협업 프로젝트 시행과 미국 유명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가 추진됐다.

하지만 당시 이슈를 불러 모은 것과는 달리 이들의 만남이 좋은 결과를 낳진 못했다. 조직문화 차이로 협업 프로젝트는 중단됐고, EA 인수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급기야 넥슨이 2014년 10월 NC소프트 주식을 추가매입하고, 이듬해 초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김택진 사장은 넷마블게임즈를 백기사로 끌어들이며 경영권을 방어했고, 지난해 10월 넥슨이 블록딜 방식으로 엔씨소프트 지분 15.08%를 매각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다. 이에 당시 김택진 사장은 간신히 경영권 방어을 한 반면, 김정주 회장은 환차익에 따른 이득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엔화로 거래하면서 매매시 엔화 약세에 따라 약 62억엔(587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 결별 이후 엇갈린 운명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사장은 결별 후 각자의 길을 가지만,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김택진 대표는 최대주주에 복귀 후 게임개발을 진두지휘하며 모바일 게임시장에 순조로운 진입을 노리고 있다. 리니지 IP를 활용해 자체개발 중인 '리니지RK'와 '리니지M' 등으로,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들이다.

반면 김정주 회장은 2005년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무상증여, 120억원의 차익을 제공한 사실이 올해 초 검찰 수사에 의해 적발됐다.

그 외 ▲넥슨이 2006년 불법도박게임 바다이야기의 제작사에 수억원을 투자했지만 수사받지 않은 점 ▲김정주 회장이 넥슨재팬에 넥슨코리아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2조8000억원대의 배임·횡령 정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김정주 회장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결국 김정주 회장은 검찰에 기소되면서 넥슨 일본법인의 등기이사에서 사임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년여 동안 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서든어택2'가 선정성 논란으로 출시 23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계에선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너리스크 역시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물론 김정주 회장은 넥슨의 지주사인 NXC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배권은 여전하다. 하지만 과거처럼 게임업계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불리기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혐의도 산적했다. 향후 검찰 수사에 따라 옥살이를 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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