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스타키코리아 심상돈 대표가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위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스타키코리아가 성능 대비 ‘가격거품’ 논란이 일어난 지 한달여 만인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논란을 잠재울 만한 성능 개선책 및 가격 인하 방침은 없었다. 이날 스타키는 부가기능에 대한 설명을 강조하며 180만원에 달하는 제품 가격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 부가기능 많다는데 실제 사용은 “글쎄”

지난 달 25일 소비자시민모임은 7개 업체의 보청기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중 스타키코리아의 ‘Starkey Ignite 20 Power Plus’ 제품은 180만원으로 가장 가격이 높았다. 19만원의 리오네트 제품과 비교하면 9.5배 더 비싸다.

정작 성능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등가입력잡음레벨 등 보청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27.4dB로 가장 시끄러웠다. 딜라이트 제품의 잡음레벨이 13.4dB인 것과 비교된다. 또 전지 사용시간이 짧아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타키 전지는 약 135 시간마다 한 번씩 새 제품으로 갈아줘야 한다. 반면 딜라이트 제품은 전지의 수명이 약 413 시간으로 3배 이상 길었다.

22일 스타키코리아는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성능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스타키 측은 잡음레벨과 건전지 사용 시간에 대한 실험 결과는 인정했다. 그러나 보청기에 적용되는 부가기능이 다양해 거품가격에 대해선 억울하다고 했다.

발표를 맡은 스타키코리아 임경수 상무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지 않느냐”며 “시민단체가 가격 및 성능을 비교한 타사 제품들은 스타키 제품보다 부가기능이 훨씬 떨어져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자사 제품은 다양한 부가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가에 판매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스타키는 보청기에 적용하는 부가기능을 강조했다. ▲피드백 제거 ▲소음처리 ▲휴대폰 연결 ▲다채널 분리처리 ▲PC를 통한 개인화 등이다. 대표적으로 휴대폰 연결 기능은 국내에서 스타키와 지멘스 2개 업체만 제공하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보청기를 스마트폰에 연결해 핸드폰으로 볼륨을 조절하고 전화 및 음악 서비스까지 연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가기능의 활용도는 낮다는 점을 인정했다. 임 이사는 “보청기와 휴대폰 연결 등 추가기능의 주 사용층은 젊은 세대에 한정돼 있다”며 “사실상 노인 분들은 기본기능만 사용하고 새로운 기능 활용에는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보청기의 주 사용층인 노인과 청각 장애인들은 소리의 증폭이라는 기본기능에 대한 니즈가 더욱 강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부가기능 활용도는 낮은데 가격 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애 대해 임 이사는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해주는 기본기능과 기타 부가기능으로 나뉜다”며 “기본기능은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부가기능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 스타키 측, "성능·가격 변화 없다"

이날 논란이 된 잡음레벨과 배터리 부분에 대한 개선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스타키에 따르면 시민단체에서 시험한 스타키 ‘이그니트’ 제품은 고도난청자를 대상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소리의 증폭을 위해서는 강한 출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임 이사는 “출력이 센 만큼 배터리 소모가 많고 엔진소음이 있을 수 있다”며 “이 부분을 개선하면 결국 고도용 난청자에게 적합한 제품이 없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와 소음을 개선하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기본기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스타키는 관련법의 허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보청기의 인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청기 성능을 결정하는 소리 증폭기능의 기준치를 업체에 100% 맡기고 있다. 최대출력, 내부소음 등의 기능에 대해 업체가 자체적으로 설정치를 제시하고, 이 기준을 과도하게 벗어나지않으면 된다. 임 이사는 “우리가 최대출력을 0으로 잡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에 논란이 된 제품도 우리가 설정한 값을 기준으로 측정치가 ±3%  범위 내에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스타키는 이날 간담회에서 가격 현실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고가 논란이 커지자 가격을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판매가가 아닌 권장소비자가격을 손보겠다고 것이어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민단체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스타키 ‘이그니트’ 제품의 홈페이지 소비자가격권장가는 18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 대리점에서는 162만원에 판매된다. 대리점마다 자체적으로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어 권장가와 판매가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스타키는 “본사는 대리점 공급가만 정할 뿐 소비자 가격은 대리점 권한이라 실 판매가를 우리가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스타키가 내놓은 ‘가격 현실화’ 카드는 홈페이지에 명시한 권장소비자가격을 낮춰 실제 판매가와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스타키 관계자는 “현재 권장가와 판매가의 차이가 30~40% 난다”며 “권장가를 줄여서 이 차이를 20%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도 소비자권장가격은 실제 대리점 판매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기존 가격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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