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금복주(대구지역 대표 주류회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당시 금복주는 결혼을 앞둔 여직원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었다. 회사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지만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이는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 경조 휴가도 친가만 인정… 창사 이래 60년간 여성 차별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복주에서 일하고 있던 여직원 A씨는 결혼을 앞두고 회사 측으로부터 “그만두라”고 종용받았다. A씨는 거부했고, 이후 A씨는 엉뚱한 부서로 전보 인사발령이 났다. 결국 A씨는 올 1월 김동구 금복주 회장과 박홍구 대표이사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노동청에 고소했다.
특히 해당 여직원과 직속 팀장이 나눈 대화의 일부가 한 방송을 통해 공개됐는데, 내용 중에는 ‘지난 58년 동안 결혼한 여직원이 회사(금복주)를 다닌 전례가 없었다’ ‘결혼한 여성은 회사 생활에 지장을 주며,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등의 발언이 담겨 있어 충격을 던졌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지역 여성단체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에선 금복주의 성차별 악습을 강하게 비판했고 급기야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당시 금복주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도 “(그들의) 사적 대화일 뿐, 회사의 입장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복주·경주법주·금복개발과 이들 회사의 지주회사인 금복홀딩스 등 4개 회사는 1957년 창사 이후 현재까지 약 60년 동안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예외 없이 퇴사시키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또 이를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근무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처를 해 퇴사를 강요하거나 유도했다.
◇ 김동구 금복주 회장,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
조사 결과, 이들 업체의 정규직 직원 280여명 중 여성은 36명에 불과했다. 여성 직원 중 기혼여성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입사 전에 결혼해 생산직으로만 근무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 근무를 할 수 있는 업무에는 대부분 남성을 채용하고 여성에게는 주로 경리·비서 등 관리직 일부 직무만 맡겼다. 또 여성은 고졸 등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 기준으로 채용, 주임 이상 승진을 배제하고 평사원으로만 근무하게끔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학력과 같은 직급으로 채용됐어도 여성은 2년 늦게 승진하도록 했다.
심지어는 휴가를 쓸 때조차 성차별을 했다. 경조 휴가일 경우 친가와 관련한 것만 인정하고 외가와 관련한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 기혼 여성은 시가 관련 경조 휴가만 인정했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관행이 1987년 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여성 노동자의 결혼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복주는 인권위 직권조사 중 “여성 직원이 결혼하면 모두 퇴사하도록 했다는 관행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다. 불합리한 고용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누적한 불합리 규정과 관행이 심각하다고 판단, 채용·배치·임금·승진·직원복리 등 인사운영 전반에 걸쳐 관행을 개선해 성평등한 인사운영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시사위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구노동청 서부지청은 김동구 금복주 회장과 박홍구 대표이사에 대해 지난 6월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가 확인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