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3번의 당대변인을 역임하며 과거 야권 지도부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우상호 원내대표는 “가장 안정적이고 단합도 잘 된 비대위”라고 평가했다.

물론 김종인 대표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전통의 더민주 구성원과 지지층은 다소 비판적인 입장이다. 김 대표 체제가 되면서 야권의 ‘선명성’을 잃어버렸다는 게 주된 이유다. 또한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당내에서는 “새누리당 2중대가 됐다”는 비아냥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 불통 리더십 vs 외연확대, 극명하게 갈리는 김종인 체제 평가

실제 김 대표의 행보를 보면 야권과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했다. ‘필리버스터 중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연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진보지지층들의 강한 반발도 무시했다. 사드배치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당권주자들부터 소속의원들 다수가 당론으로 ‘사드반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지지층의 환호를 받을 수 있을지언정, 외연확대는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표직 수락 이후부터 줄기차게 외연확대를 주장했던 김 대표의 말 곳곳에는 이 같은 철학이 묻어난다. 25일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김 대표는 “대한민국 유권자가 4천만 명 가까이 되는데 (주류끼리) 똘똘 뭉치는 힘만 가지고 과연 (정권교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상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총선 전 김종인 대표의 영입에 성공한 문재인 전 대표 <뉴시스>
김 대표의 독선적 리더십 역시 도마에 올랐다. 총선 전 당의 위기를 볼모로 막대한 권력을 이양(?) 받은 김 대표는 외부는 물론이고 당 내부의 비판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차르’(황제의 러시아어)라는 별명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현 더민주 당권주자들 역시 불통과 독선적 리더십을 김 대표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바 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독선이 주류를 결집시켜 ‘도로친문당’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기류도 강했다. 당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세력이 국민의당으로 빠져나가고도 원내 1당이 된 것에는 김 대표의 공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팩트’이고 주류가 이것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이다.

◇ '폭군이 선군 부른다?', 김종인 리더십 재평가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문재인 지지층 결집’ ‘야권 지지층의 교차투표’라는 총선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팩트는 김종인 체제에서 더민주가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라는 아젠다가 더민주로 옮겨갔다는 점에는 정치권에 이견이 없다. 정치인의 레토릭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만든 것은 사실이다. 또한 경제민주화 테스크포스 팀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로드맵은 그간 산발적이고 분산돼 있던 야권의 의제를 체계화하고 통일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편 김 대표의 성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방원 리더십’이라는 독특한 해석도 제기됐다. 태종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대의 개국공신들을 쳐내고 왕권을 확립했기에 결과적으로 세종의 태평시대가 올 수 있었다는 일부 역사적 해석에서 기인한다. 친노좌장인 이해찬 의원이나 강성친노 정청래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지휘한 총선에서 친노가 아닌 친문 의원들이 다수 당선돼 친문체제를 강화한 것이 그 방증이다. 

또한 정체성과 이념이 걸린 사안에서는 당 지도부 흔들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야권의원들이 목소리를 낮추는 것도 이례적이다. 최근 더민주의 기류는, 개인적 반대의견을 표출하면서도 당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에 대해 서양호 두문정치연구소 소장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폭군이 선군을 불렀다는 해석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김종인 대표의 성과는 경제민주화라는 콘텐츠와 외연확대라는 두 가지가 있다. 손학규로 시작해 안철수, 김종인으로 이어지는 야권의 외연확대 과정에 김 대표가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해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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