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록코리아 문영훈 회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잘 나가는 중견기업 하이록코리아가 오너일가 소유의 회사에 퍼주기식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기업은 당국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벗어나 있지만, 오너 개인회사가 아니기에 이 같은 행태는 부적격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문영훈 회장이 창업한 하이록코리아는 정밀 계측장치용 관이음쇠와 밸브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전신은 1977년 설립된 협동공업사다. 이듬해 협동금속으로 법인 전환 후 1989년 코스닥시장 상장, 2000년 하이록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최대주주는 문영훈 회장의 장남인 문휴건 대표로 15.72%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 외 차남, 며느리 등 문 회장의 친인척 지분까지 합하면 39.49%에 달한다.

성장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2012년 영업이익 417억원은 지난해 536억원으로,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295억원에서 432억원으로 상승했다. 2010년 한국형 히든 챔피언 육성대상 기업으로 선정됐고, 2015년엔 1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 수상한 특수관계인,  이례적인 수익률

이처럼 실적 좋은 하이록코리아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면들이 나타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록코리아의 특수관계법인에는 협동정공이 포함돼 있다. 1996년 설립된 회사로, 금속관이음쇠 및 밸브의 제조 및 판매가 주요 사업이다. 문 회장의 차남인 문휴원씨가 최대주주(60%)이며, 나머지 지분 또한 문 회장의 아들·딸, 며느리가 나눠 갖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은 하이록코리아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협동정공의 매출은 68억8000만원으로 모두 하이록코리아와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영업이익은 12억5522만원으로, 매출대비 18%다. 순이익은 10억1754만원을 기록했다.

기업지배구조연구소 네비스탁은 “임가공 업체며 단일 매출처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협동정공의 이익 수준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 애써 키운 계열사, 오너에 원가로 판매

하이록코리아의 오너일가에 대한 헌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이록코리아는 2010년 11월 유창단조의 지분 50%를 6억1500만원에 인수했다. 원자재 적기 수급과 품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후 잔여지분도 하이록코리아에 인수된 유창단조는 하이록단조로 사명을 변경하며 크게 성장했다. 2010년 매출 10억5260만원, 영업이익 6189만원, 순이익 4688만원에서 2014년 9월 기준 각각 21억8424만원, 2억6195만원, 2억2092만원을 기록했다.

하이록코리아는 2014년 10월 하이록단조의 지분 70%를 문휴건 대표에게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8억8265만원으로, 지분 1%당 1260만원이다. 앞서 4년 전 하이록코리아가 유창단조의 지분 1% 매입에 1230만원을 지급한 점을 고려하면, 헐값에 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네비스탁은 “하이록코리아는 매력적인 기업임에 틀림없지만 외형에 걸맞게 투명해져야 한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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